[기사입력일 : 2010-03-28 11:30]
한국 음악예술의 진흥책은 없는가?(제130호)



최근들어 우리 음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은 물론 여러 음악 단체들간에도 활동하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음악인들의 활동 무대가 점점 좁혀지고 활동 또한 보이지 않는 많은 제약으로 어려워진다는 한숨섞인 불만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순수 음악예술이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미비하고 미숙하다는 말이고 음악예술이 존립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음악예술도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사회성과 더불어 그 시대의 문화예술을 수용하고 향유하는 국민을 토양으로 육성되고 발전한다는 원리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이러한 토양으로서의 음악예술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미비하고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인이나 음악계는 일반 수요자인 국민을 위해 양질의 음악을 창작해서 이를 연주과정을 통해 수요자인 청중들에게 공급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예술 행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렵고 제약을 받는다면 다시 말해서 자유롭고 의욕있는 예술행위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위축과 침체의 늪에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정부의 정책에서 이렇다 할 미래를 위한 육성 프로젝트는 고사하고 당장 현실적으로 당면한 과제 극복이나 해결해야 할 진흥잭이나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무정책이 정책’이라 할만큼 순수음악예술의 육성이나 진흥에는 소극적이다. 오직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일부, 약간의 지원책에 의지할 정도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정책이란 다름이 아니라 음악인들이 예술행위나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해 주는 등 음악인들로 하여금 마음껏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곡인이 심혈을 기울여 쓴 자기 작품을 발표하려면 자기 돈을 들여 해야 하고 연주인이 연주활동을 하려 해도 자비로 연주회를 마련해야하는 처지가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자비 연주도 한,두번이지 매번 지속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자연히 연주활동을 포기하게 된다. 또한 연주회에 따른 절차나 업무가 간단치가 않다. 이를테면 연주회장 대관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음악회장의 대관도 신청자가 많아 보통 4,5대 1의 경쟁이고 그것도 그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대관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이 대관료도 지난 해에 비해 금년에는 10,20도 아닌 50가 인상되어 조그마한 리사이틀홀도 약 200만원에 가까운 대관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홍보를 위한 포스터 전단, 프로그램 등의 제작비와 그밖의 부대비용을 합하면 자그마한 소규모의 연주회를 개최하려면 최소한 800여만원의 출혈을 각오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럽 선진국들은 다르다. 연주회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주 정부나 시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것은 물론, 방송국에서 생중계로 유럽 전역에 실황을 송출하고 작곡발표회의 경우 레코드사와의 계약으로 인해 음반으로 만들어 저작료를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방송은 고사하고 음반제작을 요청해도, 출판사에 출간을 요청해도 들은척도 않는 우리 현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것이 선진국과 우리 후진국의 차이라고 단념해야 할 처지가 서글프기만 하다. 어려운 우리의 음악적 여건 탓이겠지만, 날로 늘어나는 음악인구에 비해 연주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에서 음악계의 불황이 오래가지나 않을까 염려가 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을 쓰고 있는 유럽 선진국들과도 다르고 미국처럼 사회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그많은 사회 문화재단들의 지원을 받는 미국과도 다른 다시말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우리의 처지에서는 음악활동 하기가 극히 어려운 입장에 놓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 매체들, 특히 방송도 순수음악을 외면하고 하다못해 TV의 정기 프로그램에도 낄 수 없는 신세, 매일 연주회 비평이다, 시사평론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외국 신문들과는 달리 국내 일간지들은 마땅히 해야할 음악평론 조차도 외면하는 후진성도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 ‘한류’다 뭐다 해서 상업주의 대중음악이 성행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나 정서는 대중매체 쪽에 쏠려 순수 예술음악 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만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일부 지식인들은 ‘한류’의 거품을 걱정하기도 하고, 얼마 가지 못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우리의 정신문화가 정착되고 고도의 예술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고서는 어떤 예술행위도 예술적 가치는 물론 영구성도 갖출 수 없고 따라서 역사적 가치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마치 기초 과학의 연구 발전 없이는 응용과학이 발전할 수 있듯이 예술의 ‘줄기세포’역할을 하는 순수 음악예술의 소중함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1일에 한국가곡협회라는 단체에서 ‘한국예술가곡 진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장소도 이례적으로 국회 헌정기념관에다 주제발표자는 음악인들이었지만 토론자는 주로 음악인이 아닌 대외 인사들로 문광부의 예술국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 문화예술진흥원)의 사무처장, 신문사 논설위원, 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 등 주로 문화예술관련의 행정기관에 있는 사무진 인사들이어서 항상 음악인끼리 모여 음악계 내부적으로 세미나나 토론회를 해온 관례에 비추어 무언가 진지하고 구체적인 진흥책이 논의될 것으로 잔득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진행과정이나 결과는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주제발표도 현 우리나라 창작계의 동향과 실정을 포괄적으로 개관하는 데 그쳤고, 다른 한 사람은 우리 가곡의 역사적 발자취를 요약 정리해 보는 그치고 만 것이다. 따라서 토론회의 주제와는 방향이 다르고, 당일의 행사 목적과도 거리가 있는 학술회의에나 부합된 논조였을 뿐이다. 그리고 토론자들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흥에 도움이 될만한 방안을 내놓지 못해 실망과 더불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강원도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방청객 한 사람도 같은 심정이었던지 “진솔한 가곡의 실질적인 진흥 방안은 도외시 하고 왜 모두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만 하느냐, 답답하기 짝이없다” 고함을 치듯 한마디 하고 퇴장해 버리기도 했다. 비단 가곡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음악예술의 선진 도약을 위한 진흥책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진흥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흥책이 있으되 진흥정책을 안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이는 정책의 실천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나 주무부인 문광부 당국이 음악예술에 대한 중요성이나 그 가치에 대한 바른 인식이 없이는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경제가 개인 소득 3만 달러나 4만 달러만 되면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고 돈만 있으면 선진국 된다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문화예술을 기조로 하는 정신문화의 선진화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인식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다음은 음악인이나 음악 단체가 자유롭고 제약없이 마음껏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절대 부족한 공공기관의 연주회장을 건립하고 무료가 아니면 저렴한 대관료로 음악인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 소요 경비를 전액 지원해 주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각 대기업들이 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도 검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음악박물관도 없고 국내 음악정보는 물론 세계 각 국의 음악정보 또는 역사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는 음악정보관 하나 없는 빈약한 후진국이다. 이러한 사회 시설을 하나의 건물에 수용하는 우리 음악계의 연례의 숙원사없인 ‘음악센터’ 건립을 연차적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음악계의 창작계나 연주계에 비해 가장 뒤져있는 국내 학술연구와 이론적립의 창달을 위해서도 꼭 이루어져야 할 사업이다. 다음은 연주 활성화에 꼭 있어야 할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육성을 위해 육성기금을 지원 적립하는 정책도 꼭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음악 작품의 악보 출판과 음반제작에도 지원책을 강구하여 일회성에 끝나는 국내 작품발표를 지양하고 연주인들의 국내 연주활동을 권장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보급하는 계몽사업 차원에서라도 꼭 추진되야 할 정책이다. 또한 대중매체인 방송, 특히 TV정규 프로그램에 가곡이나 합창, 또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시간을 마련, 대중들로 하여금 음악의 생활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각 일간지들도 순수음악 정보와 평론 등 지면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도 연주회 때마다 만원 예약으로 입장권이 동이 나지만 정부나 외부 지원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만 있으면 음악예술의 진흥책도 스스로 해결되며 선진 도약의 꿈도 그리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과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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