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0-04-08 12:11]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화재가 시사하는 것(제136호)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초동대처 미흡
우리 나라 공연장의 대표적인 예술의 정당 오페라 극장이 지난 12월 12일(2007년)의 화재로 인해 완전 마비상태로 제 기능이 정지되고 말았다. 이번 화재는 12월 6일부터 공연을 시작해서 14일에 막을 내릴 예정이었던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공연도중에 발생한 것이다. 이 공연은 무명의 청년 보헤미안들의 낭만적 생활을 그린 내용으로 제1막에서 파리의 다락방에 모여사는 시인, 음악가, 화가, 철학자의 예술가들이 추위에 견디지 못해 시인 루돌포가 쓰다만 원고지에 불을 붙여 벽나로를 지피는 장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불은 삽시간에 타올라 무대 장치와 수많은 조명기구, 그밖에 모든 무대시설을 소실해 버린 것이다. 화재는 약20분만에 진화되었지만 단 20분간의 화재로 금년(2008) 1년간 예술의 전당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물론 예술의 전당 측에서는 복구하는 데에 10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까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번 화재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이미 대관계약을 마치고 준비중인 가 공연 단체와 예매를 시작한 기획사들이다. 이를테면 1월의 국립오페라단의 ‘갈라콘서트’를 비롯, 2월 19일부터 3월 9일까지의 뮤지컬 ‘위울락 유’, 3월의 국립오페라단의 ‘루치아’ 공연, 예술의 전당이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예술의 전당과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측과 공동으로 준비중인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예정됐던 바그너의 악곡 ‘파르지팔’ 공연, 4월의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5월의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예정됐던 베세토오페라단 루치니의 ‘나비부인’ 공연, 6월 11일부터 15일까지의 글로리아오페라단 베르디의 ‘리골레토’ 공연, 9월의 발레 ‘안나카레리나’ 공연, 10월의 국립오페라단 차이코프스키의 ‘예프게니 오네긴’ 공연, 10월 15일 국립오페라단의 ‘한국오페라 60주년 기념’ 공연 등이 모두 취소된 것이다. 예술의 전당 당국은 이번 화재로 재산 피해가 약 136여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대관계약을 마친 각 공연단체들이 예매와 준비중이던 피해액 보상을 예술의 전당측에 요구하고 있어 그 범위는 더욱 불어날 것을로 본다. 그리고 복구 공사비는 약 18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순간의 부주의가 엄청난 재산상의 손실과 1년간의 여러 공연계 차질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평소 체질화 되어 있어야 할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력의 미비와 안전불감증이 결과한 것이다. 무대 주변에 소화기라도 구비해 두었거나 평소 화재에 대비한 훈련을 했더라면 이와같은 대형사고는 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결국 초동 진화에 실폐한 결과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화재 사고를 통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음악공연장도 문화재나 역사적 유물로서 보존의식 갖어야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감증도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나 역사적 유물에 대한 보존의식과 보호인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아니 더 나아가 보호의식이 실종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말일지 모른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공연장, 지방의 ‘문화회관’, ‘예술회관’, ‘아트센터’, ‘음악회관’, ‘문화예술회관’등의 공연장, 하다못해 중앙청을 비롯한 시청 등의 행정기관 건물은 하나의 문화재가 되고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를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든 어느 도시건 옛 시청건물과 시청앞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 건물들을 옛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또한 그것을 관광상품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지방의 공연장들도 하나의 문화재로 도한 후대를 위한 역사의 유물로서 보존 해야 하고 관리에도 각별한 유의를 해야 한다. 특히 각별한 보존의식에는 한 건물의 건립 당시 즉, 준공 당시의 모습과 내부 시설을 원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이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는 비록 무대에 한정된다고는 하나 이미 원상태가 훼손되고 역사적 가치는 손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유럽 선진국들은 어떠한가? 먼저 세계 정사의 오페라 본고장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국립오페라극장’은 1869년에 개관되었는데 그 당시는 물론 봉건시대이기에 ‘궁정오페라극장’으로 이름하여 그해 5월 25일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죠반니’로 개막연주를 했고 그 후 제2차 세게대전 때 1944년 7월에 ‘국가 총력전’이란 나치의 지시로 오페라 극장이 폐쇄당했으나 그 이듬해 1945년 3월 12일 종전 직전에 불행히도 폭격을 당해 건물 일부가 파괴되었다. 당시의 이야기로는 국민들이 자기 집이 폭격을 당해도 울지 않았으나 오페라극장이 폭격을 당했을 때는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오페라극장을 국민들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말이다. 종전이 되자 정부 청사도 아니고 시민의 주택도 뒤로하고 가장 먼저 재건 복구를 한 것이 오페라 극장이었다. 그러나 복구작업은 10년이 걸려 1955년 11월 5일 재개관했는데 파괴된 부분은 옛 양식 그대로 원상을 유지, 또같이 복구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내부도 재개관 이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부 시설이나 의자들도 개관 당시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파리오페라 극장은 국립오페라극장으로 나폴레옹3세의 지시로 1862년에 건설에 착공, 1875년에 준공 개관되었으나 130년이 넘는 오늘날까지도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 보존되고 있다. 물론 내부가 허름하고 의자도 퇴색이 되어 남루하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최신식, 현대식을 모른척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내부시설이나 좌식을 ‘최신식’,‘현대식’으로 몇 번을 갈아치웠을 것이다. 다음 세대 오페라계를 주름잡고 있는 정상급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극장’은 1778년 8월 3일에 첫 개관한 23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페라극장이지만 불행히도 제2차세계대전때 1943년 여름에 폭격을 당해 일부가 파괴되었다. 종전 직후 재건작업에 들어가 1946년 5월 11일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재개관 공연을 가졌고, 역시 재개관 그대로 오늘날까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내부도 우리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역시 ‘최신식’, ‘현대식’으로 갈아치우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다음은 독일 바이로이트의 ‘바그너축제극장’이다. 이 극장은 물론 바그너 자신의 ‘악극’시현을 위해 자기 스스로 설계에서 건축까지 관여했던 건물로 1976년 자기의 악극 ‘니벨룬그의 반지’로 개장, 오늘날 바그너의 작품만으로 7,8월 축제기간에만 개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옛 건축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청중석도 푹신한 ‘현대식’도 아니고 ‘최신식’도 아닌 옛 건축 당시의 판자의자로 딱딱하기 이를데 없고 의자 사이도 좁아 불편하기 짝이없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자리에 가보면 허름하기 이를데 없고 지휘자가 앉는 의자도 오래되어 옆으로 찌그러져 있어 못질도 많이하고 테이프로 감겨진 모습은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마땅해 보인다. 바그너가 생전 앉아서 지휘했고 내노라 하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앉았던 의자라는 데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사의 보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서구 선진들에 비하면 건물의 역사도 아주 젊은데도 그 ‘최신식’, ‘현대식’이 최고로 여기고 있는 관리자의 무식으로 벌써 내부 ‘리모델링’이다 ‘보수’다 하고 역사성을 훼손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2003년 대극장 내부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하고 의자를 ‘최신식’으로 갈아 치웠다. 그리고 2006년 국제회의장을 체임버홀로 개조했고 2007년 과거 소극장을 리모델링해서 중극장씨어터로 개조해버렸다. ‘문화재’니 ‘역사성’이니 하는 문화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예술의 전당도 2005년 내부를 보수하고 의자를 갈아치웠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문화재의 역사성이나 그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깨닫지 못하는 한 이러한 무지한 반역사성은 계속될 것이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0-04-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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