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0-04-16 13:22]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이대로는 안된다.(제146호)



우리 옛말에 ‘구경꾼이 있어야 굿이 된다’라는 말은 구경꾼들이 없으면 굿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반증의 의미를 가진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연주’는 듣고 감상하는 ‘구경꾼’ 즉 청중이 없으면 연주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하물며 축제 때 ‘음악제’니 하고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행사에 청중이 없다면 그 행사는 목적이나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연주 자체가 성사될 수 없다. 특히 ‘축제’는 어느 계층의 한정된 범주가 아닌 보편성 있는 일반 대중들이, 그것도 다양한 계층이 모여들어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되는 ‘잔치 마당’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요는 그 ‘잔치 마당’이 ‘볼거리, 즐길 거리, 들을 거리 등이 있느냐 없느냐’ 또한 ‘많으냐 그렇지 않느냐’에 그 행사의 성패 여부가 달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사의 내용이 빈약하면 아무리 오라고 외쳐도 관객은 모여들지 않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 들을 거리’가 풍부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관객은 모여들기 마련이다. 우리 음악계에서 국제 행사로서는 가장 크고 비중 있는 연례행사의 하나인 ‘축제’가 너무나 빈약하고 초라해서 청중들도 모여들지 않아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그래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제 음악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 국제 음악회는 그 나라 국력의 상징이자 문화 선진국으로서의 자존과 긍지의 표상으로 삼고 국제 사회에서의 브랜드화로까지 발전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들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앞 다투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모든 행정력과 지원책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국제 음악제’를 운영하고 있는 개최지로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의 출생지나 활동했던 주거지 또는 명승지나 관광지를 볼거리고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역사가 비교적 깊고 전통이 있는 유명한 음악제로는 바그너가 악극의 이상 실현을 위해 축제 극장을 짓고 활동했던 곳 그리고 그가 묻혀 있는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7월에서 8월에 걸쳐 열리는 ‘바그너 페스티벌’,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7월에서 8월에 걸쳐 열리는 ‘모차르트 페스티벌’, 독일의 뮌헨에서 6월에서 7월에 걸쳐 열리는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스위스의 아름다운 호수 피어발트슈테터 호반의 도시 루체른에서 8월에서 9월에 걸쳐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에서 8월에서 9월에 걸쳐 열리는 ‘본 베토벤 페스티벌’, 스페인의 아르함브라 궁전에서 6월에서 7월에 걸쳐 열리는 ‘그라나라 페스티벌’, 프랑스의 남부 휴양도시에서 열리는 ‘엑스앙 프로방스 페스티벌’, 스코틀랜드의 ‘에딘부라 페스티벌’, 로마시대의 유적인 원형 야외 경기장 아레나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베로나 페스티벌’,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5월에서 6월에 걸쳐 열리는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등 20여개나 된다. 음악제가 열리는 기간은 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보통 30일에서 35일 정도,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과 ‘본 베토벤 페스티벌’은 30일 내외로 열리는 등 최하 10일에서 30일 내외로 열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국제 음악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나라는 역시 독일로서 25군데에서 열리고 있고 오스트리아가 12군데로 그 다음을 잇고 있다. 이들 국제 음악회에는 세계 정상급 연주 단체와 연주가가 출연하고 청중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어 말 그대로 세계적이고 국제적이다. 연주 단체도 이를테면 교향악단만 해도 한 단체가 아닌 여러 단체, 실내악단도 정상급으로 여러 단체, 연주가도 많은 출연진을 확보해야하므로 음악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6월에서 8월 사이는 각 음악제마다 출연 단체와 연주가의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최소한 3~4년 전이나 4~5년 전에 출연 계약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외에는 자국의 출연진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한편 청중들도 입장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적어도 2~3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최소한 1년 전에는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그 해 관람은 단념해야 한다. 하물며 우리들처럼 뜨내기 여행객으로서는 서구 선진의 국제 음악제 구경은 꿈도 꿀 수 없지만 혹시나 하는 경우가 있다. 음악회 당일 연주회장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꼬리에라도 서서 급한 사정으로 음악회 관람을 할 수 없는 예매객의 환불하는 표를 통해 용케 살 수 있는 행운을 제외하고는 음악제 구경은 포기해야 한다. 이와 같이 어렵게나마 국제 음악제에 세계 각국의 청중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물론 관광과 겸해서 오는 외래 손님들이지만 무엇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내로라하는 세계 정상급 연주 단체와 연주가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고, 그것도 한자리에서 여러 단체와 연주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이 국제 음악회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첫째 자국의 전통 문화와 문화 선진의 긍지 그리고 자부심을 세계에 선양해야겠다는 의지, 둘째로 국제간의 문화교류를 통한 친선의 주도를 위해 그리고 셋째로 외국의 관광객 유치로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목적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국제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이름도 거창한 국호가 붙은 ‘대한민국 국제 음악회’가 그것이다. 지난 1975년 광복 30주년을 기념하여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연주가를 초청해서 ‘광복 30주년 기념 음악제’를 개최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 행사가 국민의 반향이 커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여론에 의해 이듬 해 1976년 ‘대한민국 국제 음악제’로 이름 지어 제 1회 음악제에 이어 매 년 개최하게 되었고, 1987년에 ‘서울 국제 음악회’로 개편, 2006년에 ‘대한민국 국제 음악회’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년에도 10월 22일에서 25일까지 4일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다. 세계적으로 4일간 하는 국제 음악회는 없지만 그 짧은 4일간이라도 내용만 알찬다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렇다 할 결실을 찾아보기 힘든 빈약한 내용과 기획성이 부실하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우선 연주 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 날인 22일에는 KBS 교향악단(지휘 안드레아스 델프트)의 개막 연주로 모차르트의 ‘안단테 내림 나장조 작품 315(오보에 알브레히트 마이어)’, 국내 작품으로 정태봉의 ‘교향시 한국’을 초연, 모차르트의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작품 314(오보에 알브레히트 마이어)’, 브람스의 ‘교향곡 제 2번 라장조 작품 73’, 이틀째인 23일에는 이창수(클라리넷), 양고운(바이올린) 등 국내 중견 연주인 16명의 출연으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제 10번 내림 나장조 작품 361’을 연주하였고, 셋째 날인 24일에는 미하엘 볼프의 더블 베이스 독주회(피아노 김영호)로 텔레만의 ‘소나타 라장조’, 프레스코발디의 ‘독주 더블 베이스를 위한 칸초니’, 롯시니의 ‘첼로와 더블 베이스를 위한 2중 소나타’(첼로 박상민), 베리오의 ‘더블 베이스 독주를 위한 프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가단조’, 사라사테의 ‘자파테아도 작품 23의 2’ 그리고 마지막 날 폐막연주로 성남 시립 교향악단(지휘 김봉)의 출연이지만 실은 관현악이 목적이 아니라 피아노 협연자 ‘게르하르트 오피츠를 위한 협주곡의 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서두의 베버의 ‘오베론 서곡’을 제외하면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라단조 작품 15’와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내림 나장조 작품 83’이 주된 곡목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출연자를 보면 세계 정상급 연주단체는 고사하고 이류, 삼류급 교향악단이나 실내악단 하나 끌어드리지 못하고 지휘자 한 사람에 독주자 세 사람 달랑 네 사람만 초청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 단체나 연주인으로 메우는 국제 음악제라는 국제 사회에서의 통념조차도 모르는 기획으로 너무 한다는 실망이 앞선다. 국제 음악제는 세계의 우수한 연주 단체와 연주가들을 초청하고, 세계에서 청중을 끌어 모으는 말 그대로 국제적인 행사이다. 따라서 자국의 연주 단체나 연주가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거의 출연시키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왜냐하면 자국의 연주 단체나 연주가의 연주는 항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들의 음악제도 그렇지만 이웃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제인 ‘오사카 페스티벌’은 1958년에 시작하여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수준도 서구 선진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알찬 운영으로 이제는 자립이 정착된 음악제이지만 그들도 거의 국내 연주진을 출연시키지는 않고 있다. 하다못해 일본이 세계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KBS 교향악단과 같은 방송국 교향악단인 NHK 교향악단  조차도 어쩌다 출연 기회를 가질 정도로 엄선된 출연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한민국 국제 음악제에 초청된 외래 연주가 중 지휘의 안드레아스 델프스는 현재 미국 밀워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있지만 이렇다 할 개성이나 특질을 찾아보기 힘들고, 음악의 구성에서도 이렇다 할 설득력이 희박한 지휘자로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국내 지휘자에게 맡기는 것이 나았으리라 생각되며, 오보에 주자는 현재 베를린 필의 단원이고, 더블 베이스 주자는 베를린 음대의 교수, 피아노 주자는 뮌헨 음대의 교수로 재직 중으로 모두 전문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연주가는 아니다. 외래 연주 단체나 연주가를 초청할 경우 우리 국내 수준보다는 앞선 우리가 배울 것이 있고, 우리 음악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유능한 연주가와 단체를 초빙해야 한다. 이번 국제 음악제에서 단 하나 수확이라고 한다면 정태봉의 작품을 초연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교향악단은 고사하고 실내악단 하나 끌지 못한 것은 한 마디로 주최측의 무능을 탓할 수밖에 없다. ‘국제 음악회’라는 어마어마한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다른 기관이나 민간 기획사는 세계적, 정상급 연주 단체를 초청해서 연주를 갖고 있지 않은가. 금년만 해도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 밖에 많은 외래 연주가 그 보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제 음악제’는 그런 힘도 없고 민간 기획사보다도 못하다는 말인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보다 더 한심한 것은 약간의 지원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주무부처의 무책임한 처사이다. 국제 음악제를 단순히 민간단체의 일부 행사에 불과하다고 방관하는 상식 없는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이 행사는 국가의 정신문화 척도가 걸린 행사이자 나라의 체면이 거린 중요한 국가사업이다. 아무튼 이대로는 안된다. ‘국제’라는 간판을 내리든가 아니면 정부 주무부를 붙들고 단판을 짓든가 그것도 아니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스폰서를 구해 기금을 마련, 음악제를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든가 택일해야 하리라 본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0-04-16 13:22]
업계소식 한국팬플룻오카리나 강사협회 행사(공연)
상호 : 시사음악신문 / 대표 : 조오정 / 사업자 등록번호 : 105-08-69218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공덕동 풍림 VIP빌딩 1102호)
TEL : 02-706-5653 / FAX : 02-706-5655 / Email : cho5jung@hanmail.net
copyright(c) 2013 시사음악신문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