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0-04-20 14:10]
음악역사는 음악 창조의 원천



우리 인간들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삶을 영위하다 생을 마치는 동물적 생리적 과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회의 한 기능을 맡고 한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역사의 한 구성원으로 살다 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태어나 자기 세대를 살면서 앞 세대에 이어 과거 역사를 배우고 전통을 이어받아 여기에 새로운 발전된 생활양식과 합리적인 사회기능을 개발하면서 보다 향상된 문화사회와 산업사회를 만들면서 생활의 고양된 질 좋은 삶을 추구하고 보다 발전된 사회기능을 다음 세대에 이어주고 삶을 마감한다. 따라서 인간의 생존은 한 시대와 한 시대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를 이어주는 구성원으로 생존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어느 시대고 인류의역사가 단절된 일도 없었거니와 단절될 수도 없는 것이 인류의 역사다. 그러기에 인간의 생존기간은 유한하지만 일류의 역사는 영원히 이어진다. 이를 우리인간들은 “자연의 섭리”니 “우주의 섭리”니 하는 말로 대변한다. 물론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평화롭고 순탄한 발전사로 엮어 온 것만은 아니다. 인종간 민족간, 국가간, 종교간, 지역간, 계층 간의 불균형 속에 분류와 갈등과 대립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호 이해관계, 이념관계에 따라 흥망성쇠의 파란만장의 역사를 이어온 것이 우리 인류의 역가다. 그러나 그 복잡한 사회 구조를 형성해 왔음에도 인류의 역사가 단저로디지 않고 망하지도 안했을 뿐더러 오늘날까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음미해 보고 성찰해야 할 것은 역사는 단절되어 전연 이질적인 풍조나 시대성 또는 현상이 새로 탄생하는 다시 말해서 돌연변이 같은 전연 별개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탄생했다는 기록은 없다. 기존 전통의 사회상과 시대성을 바탕으로 이에 새로운 생활의 개선을 추구하고 사회기능을 합리화 하는데 노력해 온 발자취가 바로 인류의 역사다. 따라서 우리 인류에게는 인류의 역사성이 인류생활의 본질이고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개념을 우리는 평소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분야에 있어서도 현대라는 이름으로 전통을 부정하고 과거의 역사에 저항하는 온갖 실험적인 전위예술이다 현대기법이다 하는 현대 과학기능을 도입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예술행위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얼핏 전통성이나 보수적 시각에서는 얼토당토 아닌 형태의 예술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의 본질 소재나 행위의 분석으로 고찰해 보면 모두 바탕이나 소재는 역시 전통이나 역사의 고전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첨단 전위음악이라고 해서 역사와 전통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제2차 대전 후 1050년대 전위음악의 선구자로 알려진 전자음악의 권위자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그에게 전자음악을 배우러 온 제자에게 대뜸 하는 첫 마디가 “자네 바흐의 대위법을 아는가? 한번 쳐보게”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현대 전위음악을 한다는 사람의 첫 마디가 옛 바로크 음악시대를 말할 줄은 생각 밖이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는 제 아무리 첨단 전위음악도 옛 전통음악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되고 과거의 역사적 전통음악을 잘 소화해서 익힌 다음에 현대음악을 해야 한다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작품, 피아노 줄에  나사못, 깡통 철편 등을 주렁주렁 달아놓고 변질된 음색으로 연주하게 하는 이른바 ‘프리페어드 피아노 기법’이나 ‘우연성의 음악’을 창시한 피아노곡 ‘4분 33초’는 무대에 피아노를 설치하고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는 손도 대지 않고 4분33초가 지나면 일어서 무대를 내려오는, 즉 연주의 주체는 연주인이나 악기가 아닌 4분33초 사이에 연주홀 내의 기침소리나 발자국 소리 등 잡음이 음악의 주체가 된다. 즉 자연의 소리가 음악이라는 철학이 그가 주장하는 우연성음악의 본질이다. 여기에서도 과거의 전통과 단절된  기상천외의 예술행위나 돌연변이도 아니다. 왜냐하면 ‘프리페어드 피아노’나 우연성의 음악에서도 옛 전통악기를 사용하고 있고 우연성 음악도 원초적 자연의 소리로 시작한 전통음악이나 시발이 같다는 점, 처리과정도 큰 테두리에서는 정통음악의 개념에서 처리하는 과정 등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여하튼 모든 예술행위의 역사는 그 분야의 본질이나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이념과 성찰이 잠재해 있고 기법과 방법론, 그리고 학술적 이론체계가 내포되어 있는 음악학의 보고이기도 하다. 바로크나 고전음악시대 이를테면 코넬리,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사람들이 당시 오늘날과 같은 화성학이나 대위법이나 형식론 같은 작곡 이론 책이 있어서 공부하고 작곡했던 것은 아니다. 선배들의 작품이나 역사의 자료를 통해 연구하고 이론을 체계화 하면서 창작했고, 이론가들은 역사 속의 자료와 연주법을 통해 연구하고 이론적립을 해 온 결과 오늘날과 같은 풍부한 이론들이 적립되었고 고도의 학술지들이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그 중요성에 대한 문화적 의식이 희박한 상태다. 음악분야만 해도 역사나 전통에 대한 대착이나 인식, 그리고 음악의 역사자료와 음악유물 등 음악 문화재에 대한 소중한 가치인식과 보전의식은 선진국일수록 강하고 보편화되어 있다. 구미 선진국, 특히 유럽 어느 나라 조그마한 지방도시에도 오페라 극장과 연주회장은 물론, 음악박물관, 음악자료관, 지방출신 음악가의 음악기념관이 수없이 산재해 있다. 작곡가들의 생가는 물론 작품을 쓰기 위해 잠간 머물었던 기관까지 행정기관이 사들여
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하고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유물과 문화재를 아끼고 보전하는 의식이 투철할 뿐더러 이러한 의식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보편화 되어 있고, 또한 그 것을 긍지와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다른 분야에는 그 흔한 박물관이지만 유독 음악박물관 하나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뿐만 아니라 음악자료관도 없고 21세기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음악정보관도 없다. 한마디로 창피할 정도다. 외국에는 그 많은 기념관이 가는 곳마다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기념관 하나 없다.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정신문화가 뒤져있는 야만국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분명해진 것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역사의식이 강하고 역사적 문화재와 유물 그리고  역사 자료 보존의식이 상식화 되어 있는 일반 국민의 자긍심과 보람을 갖는 선진국에 비해 후진국은 역사의식과 그 가치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역사와 문화재의 보존의식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그 실례를 들어 보자. 지난 2007년 12월 12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공연 도중 제 1막 난로에 불을 지피는 장면에서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 무대 내부의 모든 시설이 소실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평소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문제라고 하지마는 보다 더 큰 문제는 문화재 보존의식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10일 국보, 제 1호인 숭례문이 아무 죄의식 없이 방화한 범인의 무지로 소실되고 말았다. 소중한 국보급 문화재가 사소한 범인의 분풀이 대상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어처구나 없는 일로 관리당국도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변할 수 없지만 범인의 발언이 더 한심하다. “숭례문이야 다시 건축하면 그만 아니냐. 는 것이다. 숭례문은 600년이란 역사성에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복원한다고 해서 600년의 역사성을 되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복원되더라도 숭례문은 역사성을 상실한 현대 건축물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뼈저리게 각인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행정 당국의 인식부족이다. 예술의 전당이 나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지방의 각종 공연장 같은 공공기관의 연주회장은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이자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유물이다. 그러기에 그 역사성의 가치 보존을 위해 당초 건립 당시의 원형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술의 전당은 2005년도 음악당 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객석 의자를 모두 가라치웠고 세종문화회관도 2003년 대극장을 개보수 하면서 객석 의자 모두 ’최신식 의자로 바꾸었고 종전의 소극장을 리모델링해서 ‘M 시어터’라는 중극장으로 개조, 그리고 종전 국제회의장도 리모델링해서 체임버홀로 만들어 버렸다. 이미 건립 당시의 원형은 상실되고 따라서 역사성은 소멸된 것이다. 운영자의 무지와 몰상식이 빚어낸 후진국의 모습이다. 세께 정상급의 오페라극장인 비엔나 국립오페라 극장(1869년 개관)이나 파리 국립오페라극장(1875년 개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오페라 극장(1778년 개관)등은 모두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옛 창건 당시의 모습을 유지, 노력하고 있다. 물론 허름하고 좌석은 퇴색하고 추접하지만 그들은 리모델링 할 줄을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최신식으로 가라치울 돈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그들은 긍지와 자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간 역사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고 옛 것은 역사 속에 묻어버리는 망각의 관행을 이어 왔다. 따라서 우리 근대음악사의 자료나 기록을 보존하는 데 등한시 했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역사 자료나 유물 등 문화재를 보존하는 음악박물관이나 음악자료관, 음악 정보관 하나 없는  척박한 음악 환경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다못해 음악 선구자들이 가지고 있던 개인 기록물이나 자료조차도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우리들이 자성을 해야 할 일이다.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 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옛 가르침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강조 하거니와 역사는 모든 음악행위의 모체이자 기름진 토양이고 이론 학술과 방법론의 진리를 명시한 음악지식의 보고이자 미래의 이정표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역사의 가치 인식과 역사 유물과 자료 보존에 다 같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0-04-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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