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0-05-31 09:53]
발전없는 교향악축제 이제는 국제교향악축제로 개편돼야(제164호)



 

 

우리 인간의 감각신경은 동일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생리적으로 마비의 현상을 가져 온다. 이는 우리의 감각이 주변의 같은 환경과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인간의 감각은 그 주변의 자극에 적응해 버리는 생리적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를테면 단 음식을 오래 먹게 되면 나중에는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욕탕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뜨겁게 느껴지지만 참고 견디면 나중에는 뜨겁게 느껴지질 않듯이 말이다. 작곡과 연주 등 음악에서도 이를테면 강한 연주가 오래 지속되면 강하게 느껴지질 않고 약한 연주가 오래 가면 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간의 감각과 감성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무뎌지고 긴장이 해이해지면 사람은 타성이 생겨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타락에서 탈출하기 위해 변화를 바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향성 있는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에서 대립을 해야 하되 균형을 갖추어야 하고 다양한 변화를 해야 하되 그것이 통일성을 가져와야 한다는, 즉 ‘대립과 균형, 변화와 통일’이란 미학의 원리도 우리 인간들의 생리적 감각과 감성에서 탄생한 것이란 진리를 깨닫게 된다. 교향악축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에 잔소리가 나온 것이다.
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올해 ‘2010 교향악축제’가 지난 달 1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전국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금년에 출연한 단체를 살펴보면 도립 교향악단으로 경북도립교향악단을 비롯,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의 3개 단체, 시립교향악단으로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을 비롯, 인천, 마산, 성남, 부천, 수원, 청주, 대전, 전주, 원주, 서울, 부산 등이고 구립으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방송공사에 속한 KBS교향악단, 유일한 민간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하고 있다.
예년에 자주 참가했던 제주도립교향악단(舊,제주시립교향악단)을 비롯, 광주시향, 창원시향, 울산시향, 강릉시향, 등이 불참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향악축제는 당초 예술의 전당 개관 1주년 기념행사로 전국의 교향악단을 예술의 전당의 한 무대로 모아 매일 단체를 바꾸어 가며 연주케 한 행사가 의외로 국민들의 반향이 커 매년 연례행사로 계속해 온 것이 올해로 22회 째가 된다. 현재 국내 음악행사로는 가장 큰 행사로 총 출연자만 1천5백 명이 넘는 그야말로 구미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거창한 매머드 행사다.
교향악축제는 그동안 20여 년간 이어온 가운데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교향악운동의 중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국내 교향악단의 발전과 현대화에 많은 공헌을 해 온 것이 사실이며 그 업적도 마땅히 평가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 중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첫째 교향악축제가 전국의 교향악단을 한 무대에 모이게 하고 매일 밤 연주 단체를 바꾸어 가며 연주케 함으로서 한 자리에서 전국의 교향악단 연주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서 청중, 즉 국민들로 하여금 전국을 돌아다니며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점.
둘째로는 한자리에서 전국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흥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동시에 악단 고유의 특성과 체질에 대한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교향악축제의 운영형식이 매일 밤 연주 단체가 바뀌어 가며 출연하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 콩쿠르 형식, 즉 경연형식이 되어 자연 연주단체끼리의 경쟁의식을 촉진함으로서 단체의 자극제가 되어 결국 합주기능의 향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초창기에는 중앙과 지방의 연주기능 격차가 컸었고 지방단체 간에도 거리가 컸던 것이 점차 가까워졌는데 오늘날에는 중앙과 지방뿐 아니라 모든 단체 간의 연주기능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연주기능의 발전을 볼 수 있는 성과를 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단체의 열성과 의지는 무대에서 직접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량이 많아 급진적 발전을 가져온 것은 교향악축제의 큰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넷째로는 연주 레퍼터리, 즉 연주곡목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초창기에는 중앙이나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체는 지방 자치단체의 열악한 예산 관계도 있겠으나 오케스트라의 2관 편성도 힘들어 단원이 겨우 2~30명에서 잘해야 4~50명 정도도 확보하기가 힘들어 연주곡목도 자연 제한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주로 고전음악 시대와 낭만음악 시대 초기 정도의 작품으로 한정되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3관 편성으로 확대되어 후기 낭만음악 시대 작품에서 근대,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터리를 선택하게 되어 자연 청중 입장에서도 다양한 작품세계에 접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성과를 들 수 있다.
다섯째로는 국내 지휘계의 발전과 활성화에 한 몫을 해 왔다는 점이다. 국내에 많은 교향악단이 창단되면서 지휘계의 활동 무대가 넓어진 동시에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고서는 자리를 보전할 수 없는 경쟁적 분위기속에 책임감과 체질 개선이 필수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점이다. 교향악단의 생존은 지휘자의 능력과 직결되기에 부단한 노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교향악축제가 바로 평가의 장이 되기에 치열한 경쟁의식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로는 그간 교향악축제를 통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동하고 있는 신인 연주인을 협연을 통해 데뷔시키고 배출한 업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일곱째로는 국내 관현악 작품을 단 몇 편이라도 매회 꾸준히 초연하는 기회를 마련, 국내 작곡계의 진흥에 다소나마 공헌한 점이다. 물론 쓸 만한 작품이 얼마나 발굴되었느냐가 문제는 되겠으나 지금까지 추세는 재연되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이러한 시도가 창작계에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끝으로 여덟 번째로는 중앙은 물론이지만 교향악단도 거의 모두 지방 행정기관에 소속되어 있다. 과거 초창기에는 정식 봉급을 받는 상임 단원이 잘해야 2~30명 정도, 큰 도시라야 4~50명 정도로 2관 편성도 어려웠던 것이 교향악축제를 통해 지방 자치단체장, 즉 시장이나 도지사, 그리고 주무 공무원 등이 상경, 교향악축제를 통해 다른 단체와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가져 경쟁의식의 시각에서 보다 좋은 교향악단을 만들어 보려는 인식으로 바뀌어 진 것이다.
따라서 교향악단의 예산을 늘리고 악기도 좋은 악기로 교체하는 적극성, 단원 확보에도 성의를 보이는 등 많은 지원책을 강구, 오늘날 지방 악단도 8~90명 내지는 백 명 내외의 단원 확보로 당당한 3관 내지는 4관 편성도 할 수 있는 현대적 교향악단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도 교향악축제의 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교향악축제가 우리나라 교향악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또한 많은 공헌을 남긴 것도 인정해야 하지만 근래 몇 년 사이 발전 빈도가 느려지면서 악단들의 합주기능이나 선진화에의 의욕 같은 것이 점차 무뎌지면서 어떤 한계 같은 침체상태에서 맴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제는 우리 교향악계도 변해야 하고 시대의 욕구를 수용해서 선진화의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즉 후진국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세계화의 길로 방향전환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교향악축제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 국제교향악축제로 개편하고 선진국의 우수한 교향악단을 초청, 교류의 무대를 마련하고 국내 교향악단으로 하여금 선진국 교향악단과의 경쟁을 통해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기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교향악단의 파트별 수석주자 정도는 구미 선진국에서 우수한 주자를 초청해서 맡도록 하고, 무엇보다 합주의 음질과 음색이 현재보다 월등하게 투명하고 깨끗한 음색으로 바꾸는 노력도 해야겠으나 특히 현악의 음색은 보다 우아하고 맑게 바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서울시향은 하나의 모델케이스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서울시향은 이미 각 파트별 수석은 외국 연주자로 모두 바꾸어 놓고 있는데 그 바람에 최근 합주기능에서 섬세하고 정교한 합주기능도 그러려니와 우선 음질과 음색이 많이 좋아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도 그렇지만 교향악축제의 프로그램 편성방식, 즉 ‘서곡, 협주곡, 교향곡’이란 방정식 같은 프로그램 편성은 이제는 그만 바꾸어야 한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교향악단 연주회에서는 주로 오케스트라 위주의 작품만을 편성하고 협주곡은 어쩌다 특수한 경우 편성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도 후진국의 촌티 나는 편성을 지양하고 오케스트라 위주의 연주곡만으로 편성, 협주곡은 특수한 경우에만 편성하도록 해야 한다. 교향악축제는 우리나라 교향악 수준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행사로 대한민국 교향악 음악의 얼굴로 평가받는 자리다. 따라서 협연자도 중견 원로들 중에서 엄선해서 출연시켜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매년 신인들의 데뷔무대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이번 교향악축제에 출연한 신인들의 기량도 대체로 좋은 재능을 보여 주기는 했으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기대하는 신진들이다.
그러나 청중은 현재의 완숙도가 높은 중견들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이 교향악축제에 거는 기대다. 열망에 교향악축제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첫째 음악인들이 외면하고 있고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 음악애호가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2010 교향악축제’가 이렇다 할 주목을 끌만한 이벤트도 없었고 타성에 빠진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그 중에서도 다소나마 예상외의 관심을 끌어 위안이 되었던 것은 역시 관록이 말해주는 곽 승 지휘의 대구시립교향악단과 아기자기한 색채감으로 정교성을 보인 유베르트 수당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도다.
빈틈없는 조형감과 자유자재로 연주를 끌고 가는 카리스마적 조련사의 노련미를 보인 곽 승의 지휘에 잘 닦아진 합주의 세련미가 의외로 관심을 끌게 한 대구시향, 유베르트 수당의 지휘폼으로는 별 신통한 것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으나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과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같은 까다롭고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색채감을 요구하는 곡상을 의외로 잘 만들어가는 그 재치가 돋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정교한 조형감이나 견고한 짜임은 충분치 못했다 하더라도 미지의 현대 작품의 개척에 도전한 정치용 지휘의 원주시립교향악단에 의한 쇤베르크의 교향시 ‘펠리아스와 멜리잔드’다. 열악한 지방의 여건에서 겨우 2관 편성 유지도 어려운, 실제 50명 내외의 단원 확보도 힘든 환경에서, 물론 임시 액스트라를 동원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4관 편성 100여 명의 대편성이 필요한 대곡에 도전한, 거의 무모하리만큼 선구자적 의지와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업적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 협연자는 몇몇 재능이 기대되는 신진들도 있기는 했으나 그들은 앞으로의 일이고 역시 과거와 같은 탄력 있는 생동감은 미흡했지만 역시 피아노의 신수정,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을 다룬 바이올린의 김현미와 첼로의 박경옥 등 중견들의 음악성이 그런대로 들을 만 했고 바이올린의 김혜진, 이경선 등 신진들의 기교력이 눈에 뜨일 정도였다.
아무튼 교향악축제가 현재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선진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것은 국제교향악축제로 과감하게 개편하느냐 마느냐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0-05-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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