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0-06-23 10:03]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정신문화 창달이 선진국에의 지름길(제165호)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2008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거행된 역사적인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국내, 외 각계각층 약 5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일류 국가로 만들자고 외치며 ‘올 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도 하는 과거 정권들이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압박하는 시행착오의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돌리는 대통령 리더십 부재와는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에 대한 꿈을 주는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에 낮은 자세에서 선진화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고 호소하는 연설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당시를 되새겨 보게 된다.

당시 필자가 아쉽게 느꼈던 것은 ‘선진화의 원년 선포’와 동시에 ‘정신문화 선진화의 원년’도 선포했어야 한다는 논평(본지 제138호 / 2008년 3월 5일자 발행)을 한 바 있다.
물론 선진화는 단순히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위로는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우리 사회 각 분야별로 모든 사회기능이 서로 유기적 협력에 의해 추진해야 할 총체적 노력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국가적 사업이다.
그러나 국가 선진화의 핵심적 중요한 과제는 ‘정신문화의 선진화’없이는 ‘국가 선진화’는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기능이 선진화 되어야 하며 이 선진화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는 인간의 정신문화가 고도로 발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문화는 우리 인간의 기본 철학인 사회 윤리나 도의, 여기에 법치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실천력이 필요하지만 그 핵심요소는 인간의 감성과 정서의 순화작용 및 정화능력의 고도화에 있다. 왜냐하면 “미(美)를 거치지 않고서는 선(善)에 이를 수 없다”는 칸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마음이 아름답지 않고서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진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정신문화의 기조는 사람의 정신을 순화시키고 아름다운 정서를 가꾸어 선진 정신문화로 발전시키는데 있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간 정신의 순화작용과 아름다운 정서를 함양해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기능은 두말 할 것 없이 예술에 의한 고도의 정화작용이 우선 과제로 대두하게 된다. 즉 예술문화의 선진화가 국가 선진화의 기조가 되고 예술진흥은 국가 선진화의 필수요건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물론 예술이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예술에는 음악을 비롯하여 문학, 미술, 연극, 영화, 무용, 서예 그밖에 여러 기능별로 분야가 나누어져 있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의 원리는 모두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감성과 정서에 강력한 호소력과 영향력이 강한 분야로 음악을 따를만한 분야가 과연 있을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자칫 음악을 가볍게 여기는 일부 풍조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하물며 국정 운영의 고위 위정계나 정치계에서 조차 아직도 ‘경제대국만 되면’ 또는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만 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상식 없는 ‘호언장담’을 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한심하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와 있기에 의당 선진국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보다 돈이 많은 산유국들도 모두 선진국이 되어 있어야 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실 공히 선진국의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돈 많은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들을 국제사회가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있듯이 우리의 시각에서도 우리 보다 앞선 선진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니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돈이 많아 부는 누릴지 몰라도 정신문화가 선진화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귀결은 결국 국가의 선진화는 정신문화의 창달에 달려있고, 따라서 국정운영의 방향설정은 명확하게 ‘예술문화의 진흥정책’이라고 이정표가 명시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음악정책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는 걸까’하고 우선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의 품격이 향상되어 가면 그에 따라 음악활동하기가 용이해지고 진흥의 길이 넓어지는 것이 순리일진데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활동하기가 점차 힘들고 어려워져 가기에 하는 말이다. 이는 말을 바꾸자면 음악정책이 없다는 말이 되고 있다 해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우선 우리의 음악환경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유럽 어느 나라에 가도 가는 곳마다 음악박물관이 있고 음악기념관이 산재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음악박물관은 있는가?’ 답은 ‘없다’ 그러면 ‘음악자료관은 있는가?’ 답은 ‘없다’ 그렇다면 ‘음악정보관은 있는가?’, ‘없다’가 답이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없다. 음악에 관한한 시설환경이 전무한 상태다. 하다못해 우리의 역사적 선구자를 비롯, 이미 고인이 된 음악선배들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원고를 비롯하여 모든 자료들이 오늘날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역사의 소중한 자료나 기록이 모조리 유실 또는 분실되어 역사적 자료의 보존에 소홀히 한 우리 음악계의 과실이 크다. 이는 결국 우리의 근대음악의 역사적 연구와 학술 연구에 크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크게 자성을 해야 할 대목이다.
다음은 음악계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이자 실제 활동무대가 되는 음악회 운영의 현실에 접근해 보자.
음악은 공연예술에 속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작품발표를 하거나 연주활동을 하게 된다. 음악회는 음악의 본체와 그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청중, 즉 일반 국민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음악과 국민이 만나는 자리이자 실제 음악 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음악의 주인인 청중이 듣고 수용하는 ‘만남의 광장’이 된다.
이 음악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모두 지원을 하고 있고 교향악단이나 오페라단 등은 모두 국립으로 되어 있고 출연진은 물론 스텝들까지 모든 요원이 매월 월급을 받는 공무원 신분이다.
한편 북미 쪽은 사회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많은 사회 문화재단들이 정기적으로 음악회 지원을 하고 있고 하다못해 지방 조그마한 시립교향악단이나 오페라단 등의 운영을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구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식도 아닌 자비로 독주회나 독창회를 해야 하고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도 자기 돈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 우리의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활동하기에 가장 어려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물론 1973년 당시 박정희 정부가 문화예술 진흥에 관심을 두어 ‘문화예술진흥법’을 입법 제정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설치, 1974년부터 예술 활동을 일부나마 지원해 왔으나 최근, 특히 김대중 정부시대에 접어들면서 편파적인 일부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하는 불균형의 양상을 가져와 음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정부는 보다 많은 지원정책의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가급적 전액은 아니라도 고루 모든 단체나 개인 활동에 지원의 힘이 미치도록 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음은 공연장, 즉 연주회장의 임대사용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장충동의 국립극장이나 동숭동의 문화예술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소속의 문예회관 등도 음악회장으로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다른 공연예술에 밀려 거의 음악계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현재는 주로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집중되고 일부 사설 공연장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청중의 입장에서 교통 편의와 공연장의 지명도 관계도 있겠으나 주로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두 공연장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임대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따라서 신청에서 탈락이 되면 일 년 뒤를 기다려야 하기에 몇 년 가도 장소를 얻지 못한 단체나 개인이 수두룩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음악예술의 진흥을 기대할 수 있고 진흥정책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가장 이상적인 정책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음악인들로 하여금 자유롭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해 주고 제2, 제3의 예술의 전당과 제2, 제3의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공기관에 속한 공연장을 건립, 그것도 무료 아니면 저렴한 사용료로 자유롭게 사용하며 우수한 선진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이고 최선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으로 대관이 된다 해도 비싼 대관료는 다시 한 번 울리는 격이 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리사이틀홀 같은 소공연장의 경우, 과거에는 임대료가 무대 사용료까지 합해 백 만원 안팎이었던 것이 최근 들어 50% 이상 오른 데다 피아노 사용료는 물론 보면대, 의자 사용료까지 하다못해 5~6분 사용하는 마이크 사용료가 10만원을 받는 등 결국 2백만원 내외가 되어 배가 오른 셈이 된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 인상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는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 수 없다.
물론 사설 공연장이라면 영리가 목적이기에 이해가 가지만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은 정부나 행정기관에 소속된 공공기관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든가 아니면 저렴한 사용료로 활동을 도와야 하리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가난한 음악인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장사를 한데서야 말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묻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에 음악정책이란 것이 존재하는가!’라고. 이래서야 언제 선진국이 되겠는가.
한 번 깊이 성찰해 봐야 할 일이다.
선진국 도약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세밀한 정책 입안과 정밀한 행정 시행 세칙을 세워 이의 철저한 실천의지 없이는 성공은 불가능한 일이다. 행정의 말단 현장에까지 국정 운영의 의지가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수시로 점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예술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정신문화 창달’없이는 선진국 도약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사실, 그렇기에 ‘과연 우리나라에 음악정책이 존재하는가!’이에 대한 자신 있는 답이 나와야 한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0-06-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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