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1-01-17 12:11]
음악 전문교육 학제를 바꿔야 한다(제172호)



언제까지 외국 유학에만 의존할 것인가
 
 
 

 


 

매년 되풀이되는 사회 현상이지만 각 급 학교별로 졸업식을 하게 되는 졸업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정 과정의 교육을 마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든가 아니면 사회로 진출하는 절차의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의 축하인사와 꽃다발에 묻혀 잠시 졸업의 주인공인 당사자는 마음이 들뜨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지 앞으로 첩첩산중을 넘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질 것이다. 특히 특수 전문 기능분야인 음악분야의 교육기관인 음악대학을 졸업하는 졸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음악 전문교육을 마치고 음악대학이나 음악과를 졸업하는 졸업생은 매년 7천5백 명에서 8천 명 내외가 된다. 이 많은 음악 신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러한 능력을 우리 사회는 갖추고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를 갓 나온 신인들을 위해 연주활동이나 작곡 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무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직장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전문 교육기관이라고 하지만 단 4년의 짧은 기간에 음악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능과 지식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신인으로서 이미 연주계면 연주계, 작곡계면 작곡계 나름의 기성세대에 맞설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신인이나 특출한 귀재가 아닌 바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의 여건상 막상 대학과정을 마쳤다 해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누구나 망설이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부담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라 할 정도로 음악계나 음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이 문제가 된다.
그것은 국내 음악대학의 교육과정만으로 제아무리 날고뛰는 재능이 있다고 해도 음악을 할 사람 즉, 음악인으로서 인정을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하려면 싫어도 외국 유학을 다녀와야 비로소 이 사람은 앞으로 음악을 전문 직업으로 하는 음악인이 될 사람이구나 하는 인정을 받게 되는데 묘한 사회 풍조인 것이다.
그러니 음악을 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외국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학길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유학은 물론, 서구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러시아 그밖에 주로 유럽 선진국과 미국 등이 대부분이지만 노력도 노력이려니와 그 유학비 마련이 만만치 않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 보다 역사적으로나 음악 환경으로나 앞서 있는 선진 음악국에서 견문을 넓히고 음악 기능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배우고 온다는 것은 앞으로도 아니 일생을 두고 음악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겠으나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한 해 약 8천 명 내외의 음대 졸업생 가운데 취업을 하던 진로가 결정된 사람은 겨우 5∼6에 불과하다. 취업을 보면 극히 제한된 소수지만 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합창단의 단원,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 중, 고등학교 음악교사, 그리고 사설 음악학원을 개설하거나 강사로 취업, 또는 음악기획사나 음악 잡지사, 출판사 등에 취업하는 일, 그리고 진학은 국내 대학원이나 외국 유학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졸업생은 진로를 결정 못하고 실업자로 남게 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음악을 포기하고 일반 업체에 취업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간의 노력과 시간과 경제적 낭비에 교육적 낭비 등 막대한 정책적 시행착오라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장 이상적인 적응 방안이자 음악인으로서 안정된 활동모델이라고 한다면 국내에서 음악대학을 나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대학원 과정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아 귀국해서 음대 전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주활동을 계속하는 생활 방안이다. 이 방안이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바람직하고 또한 누구나 선호하는 안정된 생활방식이자 진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방안도 쉽지만은 않다.
옛날에는 외국에서 대학원만 마치고 와도 대학 전임으로 취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음대 전임교수 자리다. 지금은 누구나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 의례 대학원 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음악박사 학위 소지자가 넘쳐난다.
따라서 제아무리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전임은 고사하고 시간 강사자리도 얻기가 힘든 것이 우리 음악계의 현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모순이 내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첫째는 유학을 떠날 때는 연주가나 작곡가가 되기 위해, 즉 음악가가 될 목적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돌아와서는 대학 교직자로서 직업은 음악이 아니라 교육자가 된 점, 둘째는 직업은 교직이고 음악활동은 여가로 하게 되어 엄격히 따지자면 아마추어 음악인이라는 점, 셋째로는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생활비는 대학 전임이나 강사직으로 유지하면서 음악인으로서 활동하는 독특한 겸임직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연주가가 연주를 통해 연주료로, 작곡가가 작품 창작을 통해 작곡료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되지 못한 후진국의 영역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음악이 직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단 예외는 있다. 행정기관이나 각 지방 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시립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의 단원은 충분한 생활비는 못되지만 일정한 봉급을 매월 받고 있기 때문에 직업 연주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매년 수천 명의 음악 전문 교육을 받고 쏟아져 나오는 음대 졸업생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데에 있다. 수년전부터 일부 지방에 있는 음대는 입학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음악대학이 인구 비례 선진국들 보다 많다는 데에도 원인이 있겠고, 음악을 하려면 또는 음악가가 되려면 꼭 외국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나 인식이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 좀 하려면 ‘일류’니 ‘이류’니 하고 학교 ‘간판’ 따지고 ‘학위’ 따지는 우리 사회의 풍조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만큼 그 사람이 갖추고 있는 기능이 우수한지 얼마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베토벤이나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같은 음악가들이 외국 유학을 다녀왔기에 또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서 인류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우리나라도 과거와는 달리 지방의 조그마한 음대에도 거의 박사학위 출신의 교수들이 지도층을 이루고 있어 국내 지도력도 구미 선진과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상당 수준으로 향상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나 엘리자베스국제음악콩쿠르, 롱·티보국제음악콩쿠르 등 과거에는 유학파 아니면 어림도 없었던 세계 권위 있는 국제콩쿠르에 순수 국내파 학생들이 속속 입상하는 것으로도 입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이자 과제는 현재의 학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졸업생의 실업 적재 현상은 언제까지나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실행하고 있는 학제는 해방 직후 미 군정 때 도입한 미국의 학제, 즉 종합대학제다. 각 분야별로 단과대학을 종합대학교 속에 묶어 거대한 덩어리의 집단체제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만든 것이다. 각 단과대학은 각기 전문성이 다르고, 기능이 다르고, 과학적 근거가 다르고, 사회성이 다르고, 학문의 목적과 원리가 다른 분야를 한군데에 묶어 놓고 운영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운영 행정적 차원에서는 통솔하기에 편리할 지 모르지만 학술적으로나 교육적으로는 무리가 수반되고 고유의 전문성을 해칠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술분야, 그것도 음악분야는 음악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다른 분야와 동일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인 교육 행정의 오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음악예술은 대학 4년의 짧은 전문교육으로는 원숙한 기능을 갖출 수도 없고 숙련된 연마의 경지까지 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음악교육은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감성이 싹트기 시작하는 어린 유아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하며 흔히 말하는 조기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성장기가 거의 끝나는 대학과정에서 음악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며 이미 교육 적기를 놓친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음악교육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압축해 가면 음악교육 행정이 드러나게 된다. 명칭은 대학교나 음악대학이 아닌 ‘음악학교’가 되며 대학교에 묶이지 않는, 어느 기구에 소속된 교육장이 아니라 완전 독립된 독자적인 학교기구로 독립적인 운영권을 갖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설은 학교 건립부터 음악 전문교육에 맞는 시설과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학제는 초등학교 취학 아동부터 시작해서 교과과정도 초등학교 과정,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 대학교 과정, 대학원 과정까지 일반 과목과 병행해서 음악교육 과정을 일관성 있는 체계적인 교과과정에 의해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학년도 1학년에서 18학년까지로 편성하게 된다. 교수도 국내는 물론 구미 선진국에서 유능한 지도교수들을 초청, 국제 수준에서 교과과정 편성과 행정운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음악학교를 최소한 서울을 비롯하여 광역시와 각 도에 1개교는 설립해야 하며 이는 물론 국립학교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설 기준이나 운영 기준만 갖춘다면 사립학교도 인가해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
선진국들, 특히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러시아 등 그밖에 많은 나라가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음악 뿐 아니라 무용학교, 체조학교 등도 초등학교 과정부터 입학시키고 있으며 교육기간도 10년 내외로 운영하고 있다. 실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특수한 학제의 교육기구가 되었어야 하는데 기존 대학제도 외 국립대학이 하나 더 생겼다는데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현 음악대학을 개편하는 문제이자 과제이다.
앞에서 논술한 음악학교가 순수한 음악기능을 배우는 전문 음악예술을 전공하는 직업 음악인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한다면 현재 종합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음악대학은 실사회에서 직업인으로 활동하는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곧바로 자기 전문 기술 분야에서 직업인으로 취업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이를테면 음악과 연관된 사무직이나 행정직, 예를 들어 정부의 문광부를 비롯하여 지방 자치단체의 문화과나 음악단체의 행정업무와 사무직, 가령 각 교향악단의 사무직을 비롯 연관단체의 업무직, 각 연주회장의 사무직 등에 진출할 수 있는 ‘음악행정학과’ 현재 각 방송국이나 녹음실의 녹음기술직이나 조정실의 기술직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전자학과’ 음악회나 음악행사 등을 기획하고 편성하는 기획업무와 운영, 행정매니지먼트 업무를 다루는 ‘음악매니지먼트과’ 음악잡지나 음악신문에 취재, 편집, 출판사의 출판제작을 배우는 ‘음악출판편집학과’ 악기의 제작 기술과 조율 기술을 배우는 ‘악기제작과’ 오페라나 음악극의 연출을 비롯, 음악회의 운영과 연출을 공부하는 ‘음악연출학과’ 연주회장의 설계와 건축, 그리고 경영을 공부하는 ‘음악경영학과’ 그밖에 음악과 연관된 실무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과목을 두어 음악이론과 더불어 실습위주의 실기교육을 통해 졸업 후 실사회로 진출해서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데 일차적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음대 출신 실업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사람이라도 실업자를 줄여가는 정책은 꼭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교과 내용을 개편하자는 것이다. 해마다 졸업기만 되면 걱정되는 음대 졸업생들! 교과부를 비롯하여 정책 당국은 물론 음대학장과 지도교수들은 누구 보다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검토하고 연구해서 과제를 해결해 가는데 앞장서야 하리라 본다.





김형주
[기사입력일 : 2011-01-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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