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5-10-15 12:53]
이주은의 음악의 모든 것 45
< 독일유학 정착기>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1년 동안의 유학생활을 통하여 많은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느꼈고 무엇보다도 음악적 견문을 넓히고자 찾았던 독일의 음악수준은 상상이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갔으며… 좋아하는 연주자의 연주는 꼭 예약을 했었고… 그 외에도 당일 현장에서 학생가격(5~10유로)으로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알게 된 연주자의 연주나 필자가 좋아하는 곡이 있을 때에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거의 매주 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찾을 때도 있었다. 물론 필자의 학교연주, 자선연주, 학교 오페라 연주, 독일교회와 조인해서 하는 연주 등도 열심히 소화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친구들 연주까지도 있었으니 정말이지 연주 속에 묻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수준급 연주까지 포함하면… 일 년이란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유학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이 어딜 가든 음악이 항상 함께한다는 것이다. 때론 일반 학생의 연주프로그램을 보러 갔다가 그 학생의 연주에 반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으며 어느 유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한껏 기대하고 갔지만 감동을 못 받아 실망했던 때도 있었다. 꼭 보고 싶은 오페라를 위해 7시간의 버스, 4시간의 기차, 2시간여의 비행기를 타 보기도 했다. 유학생활을 통해 느낀 또 다른 점은 이곳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하는 모습이다. 어른이랑 어린이가 거의 친구처럼 놀아주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를 혼내는 걸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외국 연주자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부분 친절하게 대해 주는 편이었다. 물론 100%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본 모두는 웃음으로 대해줘서 참으로 편하고 좋았다. 한국에서는 연주를 보러가더라도 경비가 너무 삼엄해 연주자에게 사인을 받는다거나 연주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거나, 함께 셀카를 찍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우리하곤 상황이 너무도 다르다. 그 유명하다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연주(5유로)를 봤을 때도 함부르크 라이즈할레에서 멘델스존 축제라는 이름으로 한 연주라 협연 곡이 한곡이 아닌,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변주곡을 시작으로 하이든 협주곡, 그리고 다른 곡들에 앙코르곡까지 국내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연주를 이곳에서는 일상적으로 치러지는 듯한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2주전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열린 다니엘 바렌보임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베토벤 2번 협주곡을 20유로에 보았는데 국내에서 치러지는 공연이었다면 아마 티켓 만해도 10배 이상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니엘 바렌보임을 실제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교 발표 때문에 바렌보임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인데 눈앞에서 직접 지휘를 보니 어안이 벙벙해 실감이 나질 않는다... 두 분의 나이가 한살 차이라는데 70대 중반치곤 믿기지 않게 척척 맞는 호흡과 눈빛 표정과 연주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아직도 생생한 게 믿어지질 않는다...) 유럽은 교통이 사통발달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일 년 동안 여행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우리나라도 남북한이 개통되어 유럽까지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며...)

때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행을 같이 하기도 하였고 때론 조용히 사색하며 혼자서 만의 시간을 가지며 산책이나 연주관람 등으로 소일하기도 하였다. 독일인, 프랑스인, 중국인, 스웨덴인, 덴마크인, 한국인 등 국적을 초월하여 만났다. 그 중에서 가장 반가웠던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세계를 무대로 여행 중이었다. 대학교 졸업반 세 명과 취업을 앞두고 혼자 두 달 동안 여행 중인 졸업반 대학생이었다. 대학생 셋은 같은 학교 친구사이인데 두 명은 60일 여행코스로, 한명은 90일 여정으로 여행 중이었다. 그들에게 라이즈할레에서 열린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연주를 안내해 주었다. 그들은 여행의 막바지였는데 그 친구들이 말하길 미샤 마이스키 연주가 몇 달간의 여행 중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그 친구들은 미샤 마이스키 음악을 유튜브로 항상 틀어놓곤 한단다.(클래식에 푹 빠졌다며....) 이렇게 연주자를 소개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음악적으로 공유하며 음악가에 대한 위대한 작품성을 소개해주는 게 나에겐 또 다른 보람과 기쁨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 중에 느꼈던 힘들었던 점, 재밌던 점, 배낭여행의 묘미 등을 듣고 나니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이곳저곳 여러 나라 연주 홀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흥미가 발동하기 시작하며 "90일간의 음악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꿈과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이곳 생활 중에 만난 필자 또래 유학생이 의외로 많았다.^^ 늦은 나이에 유학을 와서 그런지 나보다 나이 많은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석, 박사과정을 밟는 유학생 중에서도) 항상 내 마음 속에 나이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어느 앵커의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마흔셋 나이에 미국학교에 입학하였다는 기사였는데 당시 나는 와! 정말 대단한 결단이라고 부러워했었는데 그 분에 비하면 나는 아직 애기이지 않은가!^^

필자와 가장 친한 두 명의 한국친구가 얼마 전 합류했다. 함부르크 필자의 집에 머무르면서 라이즈할레 연주회에 가서 첼로콩쿠르 피날레 연주를 감상하였다. 그리고 베를린으로 이동하여 다니엘 바렌보임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베를린 필하모닉홀)베토벤 2번 협주곡을 감상하였고, 스위스로 월경하여 로이커 바드, 취리히, 인터라켄, 루체른, 바젤을 찾았다. 이렇게 10일간의 여행을 함께했는데 루체른 KKL 연주홀은 시간이 안 맞아 포기하고 바젤 콘체르트 하우스에서는 연주가 없어 끝내 아쉬운 여행이었지만 여행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웠다. 친구들은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위대한 연주자들의 멋진 연주와 음향, 홀의 구조,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등등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 번 오고 싶다고 했다. 한 달 전, 미리 예약을 했지만 10여 자리 밖에 남지 않았던 완전 매진된 연주회였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거장이라는 평가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지휘를 굉장히 간결하게 최소로 하는데도 깔끔하고 완벽해 보였다. 마르트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데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연주였다.

물론 필자도 유학을 통해 매일 연주만 보러 다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틈틈이 크고 작은 연주회를 하기도 하고, 반주 활동이나 오페라도 했으며 자선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적 결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과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배움의 길에는 끝이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외롭고 힘든 낯선 이국땅에서 유학생활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자신을 담금질하며 쉼 없이 배우고 정진하는 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라도 90일간의 음악배낭 여행을 빨리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90일이 무리라면 60일이라도... 아니 30일의 일정이라도... 또한 예약을 해놓고도 아파서 가지 못했던 테너 카우프만,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던 피아니스트 다닐 트로포노프, 피아니스트 키신, 바이올리니스트 찰리 시엠 연주 등을 꼭 한번 듣고 싶다는 마음을 새겨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시기일지도 모르니까~^^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90일간의 음악연주 세계여행을 꿈꾸며 내일을 기약해 본다.^^

 

 

 






[기사입력일 : 2015-10-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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