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6-02-23 16:31]
【애독자 특별기고】
이주은 -음악의 모든 것(독일 유학기) - 49


독일의 국립음대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그것은 20개가 넘는 독일 국립음대에 내로라하는 전 세계의 우수학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등록금이 없는 것도 이유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각국에서 모인 인재들의 치열한 입시현장으로 가보도록 한다.

<에필로그> - 입시 이야기에 앞서 독일유학생인 어느 입시생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다. ‘독일음대를 준비하는 학생 모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불쌍하고 초라해지는 순간이 바로 입시 때이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가운데 기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험을 보러 다닌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이며 부담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몸이 만신창이 된다. 어느 새 온몸이 너덜너덜...' 이렇게 쓰여 진 글을 읽고 100% 공감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절대 알 수없는 독일음대 입시이야기를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하려고 한다.

<입시의 특징>ㆍ대체적으로 교수들은 매우 친절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게 한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다들 미소로 맞이해주고 인터뷰도 편한 분위기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독일어학증명서 B1 또는 B2를 요구한다. 미리 제출하는 학교도 있으며 합격 후에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라이프치히 학교가 유일하게 한 학기 등록금이 1800유로이다. (2013년부터) 또한 나이제한도 있으며(석사과정은 30세까지) 원서접수비도 30유로인데 반해 라이프치히는 70유로이다. 학교 정원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더욱 특이한 것은 합격시켜 놓고도 한참 후에 자리가 없다며 탈락시키기도 한다. 학교를 다니다가도 어학이 안 되거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학교에서 퇴출당한다.(실제로 보았음) 최고연주자 과정인 콘체르트 엑자멘 과정은 음대 전체 과에서 한두 명 뽑을까 말까 하기 때문에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시험당시 심사위원 교수들이 만장일치를 해야 합격된다. 입시 전에 교수한테 콘탁 메일을 보내면 답장이 온다. 그럼 가서 레슨을 받는다. 포어슈필이라고 하는데 한두 번 레슨을 받기도 하고 몇 달을 받기도 한다. 무료이기도 하고 아주 저렴한 레슨비로 받기도 한다. 포어슈필을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레슨을 받는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포어슈필의 장점은 실력이 좋으면 교수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언어와 실력이 안 된다면 실력이 바로 탄로 나기 때문에 꺼리는 학생들도 많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거리가 멀다는 점과 교수가 너무 바빠 레슨을 못 받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시험곡이 굉장히 많은데 전체를 다 듣기도 하고, 몇 곡만 듣기고 하는데 한곡만으로도 합격의 행운을 얻기도 한다. 보통 한 학교당 2번까지만 시험을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5월 중순~7월 말까지, 겨울에는 1월초~2월말까지 시험이 있다. 겨울에는 보통 오후 4~5시만 되더라도 완전 어두워지고 독일은 너무 춥기 때문에 다들 겨울에 보는 시험을 많이 힘들어 한다. 시험날짜가 겹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지원을 해놓기도 한다. 바이마르 학교에서는 즉석에서 결과를 알려준다. 시험을 치른 후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하고는 5분 후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는 합격, 불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보통의 경우에는 2주 후 편지로 알려준다. 학부는 무조건 청음. 이론, 성악전공이더라도 피아노 실기시험을 본다. 1차 실기를 본 후 합격하면 보통 2차로 청음, 이론시험을 본다. 석사로는 데트몰트 음대가 무조건 청음, 이론시험을 본다.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항상 많은 것 같다. 실기시험이 끝난 후 의자에 앉으라고 해서 인터뷰를 본다. 학교 모두가 친절한 것은 아니다. 아는 동생은 한곡 부르고 다음 곡을 부르려고 하는데 교수가 그냥 나가라고 해 울면서 나왔다고 말한다. 대게의 경우 등록금이 없고 한 학기에 250~300유로의 학생회비 같은 걸 낸다. 그런데 학교에서 교통권이 공짜로 나오기 때문에 이 돈은 그 교통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로 등록금이 무료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교수들로부터 무료로 음악을 공부할 수 있다니...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에게까지도 무상교육으로 말이다... 정말이지 독일은 대단한 나라라고 평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독일은 정말 친절하고 여유롭고 미소가 가득한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교수들이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입시비용은 정말 엄청나다. 전국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투자, 기차비용에다 숙소비까지.. 그리고 필자같이 반주과인 경우에는 연주자를 동반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의 제비용 등.. 그렇게 몇 군데를 시험 치다보면 몸과 마음도 천근만근이 된다. 그리고 참고사항으로 함부르크에서 프라이부르크까지 시험 치러 가려면 왕복 15시간은 걸리니 체력이 따르지 않으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유학기> - 독일에 유학 온지도 1년 반이 되어간다. 만학의 몸으로 아는 사람 한명 없이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그동안 유학생활을 통해 독일이란 나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 적응을 통해 하루하루가 행복해졌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나라라고 생각되어진다. 국립음대 (뮤직 혹슐레)에서는 웬만하면 나이 어린 사람을 선호하였지만 나는 공부할 것도 많고 바빠서 국립음대 시험 볼 생각조차 없었다. 그런데 벌써 2년이 흘러 다음 달에는 1차 졸업연주를 갖게 된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시립음대도 정말 훌륭하고 실력 있는 교수님들이 많으신데 국립음대와 다를 바 없이 배울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단지 다르다는 점은 시립이기 때문에 학비가 조금 있다는 것 외에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필자는 오는 5월에 2차 졸업연주회, 6월에 3차 콜로키움 연주회까지 끝나면 여름에 졸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에 빠졌던 상태였다.

졸업연주, 학교수업, 어학공부, 입시를 병행해서 국립음대 입시를 준비할까? 아니면 이탈리아로 가서 오페라 반주를 더 할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와 반주과 박사과정을 밟을까? 아니면 독일에서는 만으로 나이를 세니까 9월생인 필자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입시를 볼까? 등등... 그래서 이번 겨울에 입시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레슨을 받으면서, 학교수업을 받으면서, 졸업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시준비를 한다는 것은... 가히 상상 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실 입시 하나만 준비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까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부려봤다. 그래서 필자는 시험을 봤다. 그렇지만 반주과는 시험과제곡이 학교마다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욱 큰 문제는 연주자를 구하는 일이었는데 소프라노, 바리톤, 첼로, 바이올린.... 주위에 국립음대 반주과 학생이 없다보니 정보가 너무나도 어두웠다. 오페라 반주과는 내가 노래를 부르면서 직접 피아노를 치는 건지… 성악가를 데리고 가야하는 건지조차도 몰랐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의 입시에 대해 고고씽해 보자.

<드레스덴 국립음대> ‘난 할 수 있다’라는 주문을 외치며 드레스덴 입시를 위한 스타트를 시작했다. 알려 준 곡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2막 피날레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험 2주전에 편지로 알려준 또 다른 오페라 곡은 오페라 "오델로"였다. 부리나케 악보를 샀지만 너무 어려워서 내가 과연 이걸 2주안에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열심히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해 나갔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서 모차르트 곡은 이탈리어임에도 불구하고 외우기까지 했다. 시험 전날 드레스덴에서 자고 아침 열시쯤 시험 장소로 갔다. 학교가 웅장해 보였다. 그런데 시험 보는 방 앞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단지 문 앞에 시간별로 써져 있는 종이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그 시간에 맞추어 시험 방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정말 특이한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이 앞과 뒤의 시간차가 무려 1시간이 훨씬 넘었다. 한 명당 피아노를 1시간 20분이나 치는 것인가! 오페라 반주과인데 너무 이상한데! 내가 준비한 곡은 다해도 그렇게 오래 안 걸렸었는데..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내 앞의 학생은 여러 곡을 치는 것이었다. 당황스럽고 이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 차례가 되자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 그런데 그 곡 외에도 현대 곡을 추가로 준비해야 했었다. 현대 오페라곡... 그렇다. 모든 게 내 잘못이구나 생각하며 그래도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억울해서라도 준비한 것만이라도 치겠다고 했지만 한마디로 거절되었다. 곡이 모자라니 다음 학기에 다시 오라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아! 정말로 눈물이 핑 돌며 눈앞을 가렸다. 슬픔과 함께 방을 나서는데 교수 한분이 밖으로 나와서 나를 다독여 주었다. '괜찮아! 이번에는 시험을 안 본 것으로 할 테니까… 다음 학기에 꼭 와라. 내가 메일로 시험곡 다시 알려줄게...라며 십 여분이 넘도록 나를 다독여 주었다. 비록 어안이 벙벙했지만 마음만은 정말 따뜻했다. 따뜻한 위로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에피소드가 만들어지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그렇게 시험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 앞 순서에서 완벽하게 친 학생도... 그리고 한국에서 오페라단 반주자였다던 내 뒤의 학생도,,, 내 앞의 앞에 학생도 정말 잘했는데 모두 불합격되었단다. 어떻게 해야 합격이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누군가가 몇 년 전에 붙었는데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피아노를 칠 때는 완전 감정이 몰입되어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열창했다고 한다. 감정을 실어 연주했더니 합격했다는 뒷이야기다.^^ 시험을 치지도 못하고 밖에 나와 보니 드레스덴은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입시라고 하는 여행은 매서운 겨울추위 못지않게 고단하고 험난한 길인 듯해 보였다...^^;

<뒤셀도르프> - 석사과정을 지원했는데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하다는 편지가 왔다.

<라이프치히> - 보컬 반주과를 지원했다. 가곡,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등 모든 노래에 관련된 반주과다. 그런데 피아노 솔로 곡을 시험보고 바이올린, 첼로반주곡, 가곡, 오페라 아리아, 오라토리움 그리고 시험 2주전에 보내준 현대 오페라곡 아리아 (시험 당일 날, 학교에서 준비한 성악가와 바로 시험을 본다. ). 마지막으로는 초견 등 총 18곡의 시험을 보기 때문에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연주자 비용도 또한 상당하다. 연주하기로 했던 연주자가 못하게 되어 취소를 할까했지만 시험 3일전에 겨우 구해져 다시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마르에 거주하는 연주자여서 바이마르에서 연습을 하고 다음날 라이프치히로 넘어갔다. 오전 열시 반 시험이기 때문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었는데 열한 시쯤 두 명의 교수님이 갑자기 연습실로 찾아오셨다. 그러더니 “반가워!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너는 30세가 넘지? 석사과정은 나이제한이 30세까지야. 그래서 넌 합격을 해도 여기를 다닐 수가 없어! 합격을 하면 그 과정으로 공부를 할 수는 있지만 졸업장은 나오지 않는단다. 어떻게 할래? 시험 보겠니!" 라는 말에 나는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원서 접수 후 입시 초대장과 2주 전에는 지정곡 악보도 편지로 받았는데 말이다. 물론 필자가 원서를 접수한 한참 후에 홈페이지에서 나이제한이 있는 것을 알았다. ‘나이에 문제가 있었더라면 초대장을 보내주면 안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시험시간이 십여 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러시면 어떡하냐’구 반문하니까 교수들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속은 상했지만 일단 시험은 치르기로 했다. 8명 정도의 심사위원이 인터뷰도 길게 하고, 작품도 세세하게 집중했다. 이곳도 오페라 곡은 필자가 노래를 부르면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다. 결과는 나중에 편지로 알게 되겠지만 커다란 경험을 준 시간이었다. 라이프치히는 유일하게 등록금이 있는 국립음대, 그리고 나이 제한이 매우 엄격하다. 학교는 궁전같이 매우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학교다. 솔직히 라이프치히는 기대를 많이 하고 준비를 했었는데 합격이 되더라도 졸업을 할 수 없다니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미적대지 말고 당장 서두시길… 나이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이니까 미룰 시간적 여유 또한 없어 보인다. 이번 입시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어마어마한 입시 곡들을 연습하고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고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 지칠 대로 지쳤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다. 시험과정에서 단단해진 내 모습을 발견하였고 많은 곡들을 준비하면서 발전해 가는 나의 미래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몰랐던 주옥같은 곡들도 알게 되었고 힘겨움 속에서 재미 또한 느꼈다. 이번 여름에는 연주와 언어 실력을 완벽히 준비해서 한군데에 올-인해볼까 생각중이다.






[기사입력일 : 2016-02-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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