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7-01-05 13:53]
<음악의 모든 것 – 59>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장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음악과 관련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많은 경험을 쌓으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요즘, 있을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될 뜻하지 않은 정치적 상황이 혼란을 가중시켜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고자 겨울 공연장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3주 동안 네 개의 오페라와 한 차례 바이올린 연주회 감상, 필자의 세 개의 연주 등 강행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다소 격해졌던 마음도 누그러졌는데 이번호에서는 겨울 공연장을 찾아 느꼈던 일들에 대해 연재해 보려고 한다.

 

※오텔로【11월 17일(목)오후 7시 30분 – 대전/예술의 전당】평소엔 날씨가 포근하다가도 수능 시험일만 되면 여지없이 한파가 몰려와 입시생들을 떨게 했던 지난날을 추억해보면 금년 수능일은 무척 포근한 가운데 진행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당일 나는 대전에 있는 예술의 전당을 찾아 사랑에 대한 오해와 질투, 계략과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오텔로’를 관람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작품이었다. 이 원고를 쓰면서 당시로 시간여행 해보면 여운과 함께 진한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오텔로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학당시에도 유럽 공연장을 수시로 찾았지만 오텔로 포스터를 본 적이 없는데 필자 역시 오텔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작년 드레스덴 국립음대 오페라 반주과 시험에 지정곡으로 나왔던 곡이 바로 오텔로였다. 당시 악보를 구입하고서는 이건 못해! 절대 할 수가 없어!!라며 절규했던 기억과, 그래도 도전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유튜브를 보며 연구하고 연습했던 일들… 앞부분만 시험곡이라 뒷부분은 잘 모른 채 앞부분만 매일 연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에도 오텔로를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나마 했었다. 어렵고 난해해 보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곡이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필자의 연주가 있는 날과 겹쳐서 오텔로 공연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뭐 이런 운명 같은 일이!^^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평소 성악가들의 표정이나 오케스트라 그리고 지휘자를 자세히 볼 수 있어 맨 앞자리를 선호하는 나는 그날 공연도 맨 앞자리를 고수했다. 마침내 커튼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됐다. 수백 번 듣고 연습했던 앞부분이 연주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줄거리나 내용은 잘 몰랐지만 얼마나 빠져들었었는지 관객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배우와 무대만 보였다.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오해하며 비난할 때나 데스데모나가 억울해할 때, 둘만의 사랑이 끝나갈 무렵 너무 흐느껴서 입술을 깨물기까지 했다.(‘오텔로 제발 그러지 말아요’를 맘속으로 외치며..) 오텔로 역의 박지응. 데스데모나 역 김라희. 이아고 역의 우주호. 에밀리 역의 임지혜의 4중창과 연기력이 돋보였다. 그 중에서도 오텔로역을 맡은 박지응은 국내 최고의 오페라 가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해 보였다. 지난번 오텔로를 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는데 정말이지 베르디는 대단한 천재다.

※일 트로바토레【11월 26일(토) 오후8시 – 예술의 전당】평소 비극적인 스토리의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오페라‘일 트로바토레’를 볼까말까 고민을 했다. 투란도트 같은 오페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지만 오페라 대부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이 거의 없는 것이 단점이어서… 일 트로바토레 역시 잘 모르는 오페라로 대장간의 합창노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줄거리 앞부분은 증오, 사랑, 복수에 대한 이야기의 비극적인 작품이다. 내용적인 측면이 그리 끌리지는 않았지만 베네치아 왕립극장과 국립극장 공동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흔치않은 기회임을 직감하고 관람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토익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지라 마음을 접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런데 왠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덜컥 예매를 해버려 공연장을 찾았다. 주역들 대부분이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들이었는데 정말 노래와 연기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줄거리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 작품을 통해 베르디가 오페라 황제라는 칭송을 받았다는 이유를 실감케 해주었다.

※맥베드【11월 27일(일) 오후5시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극장이 워낙 큰데다가 3층에서 봤기 때문이다. 맥베드 역의 김태현, 아내역의 정주희. 기억 속에 오래 남을만한 이름들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마치 내 집 안방처럼 휘젓는 연기와 카리스마, 맥베드와 그의 아내의 악독연기와 완벽호흡. 맥베드 역시 내용도 잘 모르고 무작정 찾았던 공연인데 맥베드 부부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나쁜 부부였다. 특히 아내역을 맡았던 정주희가 출산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넘치는 끼와 에너지, 압도하는 연기력은 가히 명품이었다. 맥베드역의 김태형도 내적갈등으로 인해 점점 타락의 길로 빠져드는 연기가 압권이었다. 정점으로 치달으며 맥베드 아내가 죽는 모습에서는 나쁜 사람이었으니 죽어도 싸다고,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정주희에 대한 연민이랄까? 슬프기까지 했다.

※라보엠【12월 3일(토) 오후3시 – 구리아트홀】라보엠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유학 떠나기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봤으니까…사실 너무 어두운 내용과 분위기여서 조금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피아노 반주에 매료되어 오페라 반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었다. 나도 저렇게 오페라에서 반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으니까 말이다. 라보엠의 유명 아리아 몇 곡은 알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잘 몰라서 보러 갔던 것이다. 침체되어 있는 지방문화 활성화와 지역민들을 위한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실시된 지원 사업이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다. 이유인즉슨 자막이 문젯거리였다. 수많은 오페라를 접해봤지만 자막문제로 공연에 지장을 초래한 것은 초유의 사태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당일 한 번 치러지는 공연이 4막에서 5분정도 자막이 나오지 않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었던 관객들은 불평을 쏟아냈고 그 후로도 간헐적으로 자막이 안 나와 공연이 끝나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엉망이 되었다.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다. 오는 12월 17일(토)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7시30분부터 라보엠이 다시 오른다고 하니 지난 공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꺼라 기대하며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찾을 예정이다.

※김봄소리【12월 4일(일) 오후2시 – 예술의전당 IBK홀】

바이올린 연주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동안 수많은 바이올린 연주회를 찾았지만 이번 김봄소리 연주회는 최고 중에 최고의 연주회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차르트 소나타 Em 2악장. 베토벤 소나타3번. 이자이 소나타 3번 발라드 등... 너무나 아름다운 감동에 사로잡혀 연신 눈물이 났다. 협연자 피아니스트 드류 피터슨과의 호흡은 환상적이었으며 김봄소리의 음악적 해설과 콩쿠르 이야기, 그동안 겪었던 인생스토리 등은 모든 게 특별해 보였다. V채널로 생방되었다는데 난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김봄소리의 아름다운 연주와 미소, 표정 하나하나까지 읽어 낼 수 있었으니까.^^ (기고자  이주은)





[기사입력일 : 2017-01-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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