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7-04-26 13:58]
독일 함부르크 브람스 박물관을 다녀와서



이주은의 <음악의 모든 -63>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브람스 박물관에는 그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친필 악보를 비롯하여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 그가 아꼈던 소장품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지난 날 추억 어린 브람스의 과거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프롤로그음악가의 박물관이나 생가, 묘지 등을 찾아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지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체코 프라하의 스메타나 박물관이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나 동상,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베토벤 동상 등 많은 작곡가들의 묘지 등을 다녀봤는데 작곡가들과 더욱 친숙해진 느낌이 든다. 브람스 고향인 함부르크에 2년여를 살면서도 브람스 박물관을 가보지 못했었다. 가까운 곳에 있었음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 갔었는데그래서 지난 3월에는 우연한 기회에 만사 제쳐놓고 함부르크 브람스 박물관부터 찾아가 가보았다. 필자가 그토록 좋아하고 자주 갔던'라이즈 할레' 연주홀에서는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다. 그런데 외진 골목 뒤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들었다. 라이즈 할레와는 몇 블럭 차이도 안 나는데 고즈넉하고 조용한 게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의 아담한 박물관이었다. 브람스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의 작곡가 박물관(Telemann/Carl Philipp emanuel Bach/Johann Adolf Hasse)도 바로 옆에 붙어 있었고 아주 작은 연주 홀도 있었다. 브람스 박물관에서 친필 악보를 보면 정말이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손끝에서 어떻게 저런 세계적인 음악들이 나오다니보면 볼수록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의 고뇌에 찬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그 악보들을 보면서 준비되어 있는 음악들을 헤드폰으로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브람스구나, 이것이 거장의 음악이로구나! 탄성이 저절로 난다. 이곳 입장료는 일반인은 5유로, 학생은 3유로(3,500)이다.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무다. 꼭 한번 가볼만한 박물관이라고 추천해 보고 싶다.

브람스의 삶엘베(Elbe) 강구, 독일 최대의 항만도시 함부르크에서 57일 극장 관현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요한 야코프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형제는 4남매로 누나 하나와 동생 둘이 있었으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음악의 기초를 배웠고 음악적 재능을 일찍부터 나타내었다. 7세부터 도시의 교사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10세부터는 당시 함부르크 제일의 음악가였던 마르크스젠(Eduard Marxsen, 1806~1887)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다. 얼마 후 가난한 살림을 돕기 위해 편곡이나 술집의 피아니스트로 일하기도 하는 한편, 작곡도 조금씩 하기 시작한다. 브람스는 친한 친구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의 소개를 받아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독일)을 찾아가게 된다. 슈만은 좋은 이미지의 청년음악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 비범한 재능을 인정한 슈만(독일)은 오래간만에 평론새로운 길음악신보에 발표하고 브람스(독일)를 세상에 소개한 것 외에 작품의 출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그리하여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한 브람스(독일)는 그 이듬해 슈만(독일)의 라인 강 투신 비보에 놀라 곧 뒤셀도르프를 방문, 비탄에 잠긴 클라라와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클라라와의 친교도 평생 계속하게 되었다.1857(24)부터는 데트몰트(Detmold)의 궁정음악가로서 근무하였고피아노 협주곡 제1(1858)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완성되었지만 이 협주곡의 초연은 평이 별로였다. 게다가 이 곳에서 알게 되어 장래를 맹세한 아가테(Agathe)와의 약혼도 깨져서 실의 속에 1859년 함부르크로 돌아가게 된다. 그 후 잠시 동안은 합창지휘나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가 1862(29) 9, 마침내 빈 이주를 결심하고 떠났다.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클라라브람스의 후손으로 알려진 헬마 잔더스 브람스 감독의 영화 [클라라]는 이런 브람스의 고독을 보여준다.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 그리고 요하네스 브람스. 이 세 거장의 로맨스는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러브스토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람스가 슈만의 집을 찾아왔을 때 그는 직접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2번의 악보를 가지고 왔는데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클라라는 작곡가로서 브람스의 천재성에 감동을 받는다. 슈만 역시 브람스 음악에 매료된다. 이때 브람스와 슈만이 클라라가 보는 앞에서 그녀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로망스]를 연주하는데 슈만, 클라라, 브람스 세 사람 사이에 구축된 인간적인 애정과 신뢰감, 서로의 예술에 대해 공감이 얼마나 돈독했는가를 알게 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날 클라라는 브람스에게 자기 집에서 지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브람스는 이렇게 말한다.“제 좌우명을 아세요?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저는 자유로워야 해요. 새처럼.” 그 후로 브람스는 슈만 부부와 한 가족처럼 지낸다. 아이들에게는 잠자리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는 다정한 삼촌, 클라라에게는 언제라도 달려와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다정한 친구이자 연인, 슈만에게는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는 예술의 동지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람스는 슈만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18532, 슈만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때로는 천사의 소리로, 때로는 악마의 소리로 변해 그를 괴롭혔다. 환청이었다. 끊임없이 환청에 시달리던 슈만은 이것을 잊기 위해 아편을 먹기 시작했다. 클라라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편이 없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정신이 반쯤 나간 슈만이 클라라를 때리고, 나중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1854217, 슈만은 천사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 소리를 주제로 변주곡을 작곡한 후 집을 나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비 내리는 거리를 걸어 라인 강으로 갔다. 그리고 강물에 미련 없이 몸을 던졌다. 어부가 그를 구조했지만 그로부터 9일 후인 226, 슈만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집을 떠나는 날, 슈만은 눈물로 자신을 배웅하는 클라라에게 말한다. 브람스를 오게 하라고슈만이 정신병원으로 가고 난 후, 클라라는 혼자 아기를 낳는다. 그때 브람스가 클라라를 찾아온다. 그리고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낳은 클라라와 아빠를 보내고 쓸쓸해하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준다. 슈만은 정신병원에서 의사의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엉터리 수술이었고 이로 인해 병세가 더 악화된다. 그렇게 2년을 폐인처럼 살았다. 슈만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 브람스는 클라라와 함께 정신병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형편없이 초췌해진 남편을 보고 클라라는 오열한다. 클라라는 슈만을 품에 안고, 슈만은 그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46살에 세상을 마감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나이였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브람스는 클라라와 슈만의 아이들을 돌보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브람스에게 클라라는 사랑하는 여인이자 음악의 동반자였다. 브람스는 새로운 작품의 악보를 클라라에게 보여주었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으며 브람스는 그녀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음악과 함께 늙어갔다. 브람스의 삶에서 클라라의 존재는 그가 평생을 통해 추구했던 위대한 예술혼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18965, 클라라가 세상을 떠났다. 클라라가 죽은 후 브람스의 건강도 갑자기 나빠졌다. 그리된 지 채 일 년도 안 된 18974, 브람스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클라라보다 14살이나 어린 그였지만 그의 음악적 나이는 클라라와 동갑이었던 것이다. 클라라의 죽음으로 음악가로서 브람스의 삶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에필로그필자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의 이름이 클라라 슈만의 클라라라고 한다. 작년 손열음과의 연주회 그리고 라디오 라이브 연주나 새 음반에서도 클라라 슈만의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3개의 로망스’, 슈만‘3개의 로망스와 바이올린 소나타 1, 브람스 스케르초 C단조와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했다. 라디오에서도 클라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며 클라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름에 클라라를 넣을 만큼 클라라를 매우 좋아하는 그녀에게 필자가 이번 글을 쓰면서 느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부(또는 연인)와 함께 누군가와 지내는 건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음악적으로는 브람스. 슈만. 클라라 셋이 지낸 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었고 슈만은 죽는 순간까지도 브람스를 의지했다. 그렇지만 브람스가 클라라 사이를 알게 된 슈만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여자로서 사랑했지만 클라라는 브람스를 음악친구로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녀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법! 브람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겨 연애를 시작하면 클라라는 브람스에게 예전과 달리 냉랭하고 까칠하게 대했다고 한다. 브람스는 이런 클라라의 질투에 몹시 기뻐했다고 한다. 클라라 역시 브람스를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그래도 슈만이 정신병원에 있어서 클라라가 혼자 아이를 낳았을 때 브람스가 클라라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며 힘이 되어 주었다. 어쨌든 셋이 같이 친한 건 위험해!!!^^;;; 그리고 두 번 째로는 브람스 인터메조 A장조/ Brahms : Intermezzo in A major (from Klavierstucke, Op.118)는 아무리 들어도 명곡이라는 것이다. 헝가리 무곡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곡도 꽤 유명하다. 영화째째한 로맨스와 드라마밀회에도 나왔던 이 작품은 정말로 마음을 힐링시켜 준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음악연수를 받던 어느 날, 옆 연습실에서 너무나 좋은 곡이 흘러나와 내 연습은 멈추고 귀 기울이며 그 곡만 들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옆 연습실로 찾아가 이 곡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계속 듣고 연습했는데 밀회에서도 나와 정말 반가웠다.(드라마밀회를 강추한다)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 피아노 협주곡도 정말 일품이다. 세 번째로는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물론 이 책은 브람스의 책이 아닌 연애소설이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의 책인데 클래식을 별로 좋아하는 않는다는 프랑스 사람이 일면식도 없는 이성에게 건넨 말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해서 제목이 그렇게 붙여졌다. 몇 년 전 반주콩쿠르 대회에 나가 첼로 브람스 소나타 1번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브람스 곡은 연주를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그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었다. 콩쿠르를 마치고 발표가 끝나 집에 가는데 우연히 심사위원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그 여자교수는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하신 첫 마디가 이것이었다.“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그러시면서 브람스를 정말 좋아하고 이해해야 연주로 표현된다고 말씀하셨다. 난 언제쯤이면 브람스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성급한 마음이지만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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