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19-09-25 13:47]
<음악의 모든 것 - 87> 지휘자 이야기



필자에게 지휘란?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해내는 존경스런 예술행위 자체였다. 그래서였는지 중학교 2학년 때 합창대회가 열렸는데 음악선생님의 추천으로 지휘자가 되었다. 지휘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휘 말고 반주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지휘도 잘 할 거라는 격려에 얼떨결에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음대(피아노과) 2학년이었던 친언니에게 지휘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며 지휘를 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너무나 설레고 재미있었던 날들이다. 직접 노래를 선곡하고, 점심시간마다 파트연습을 함께하기도 하고, 등교시간을 당겨서 오전연습에, 수업이 끝나면 쪼르르 달려가 다 같이 연습하면서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지휘를 추천해 주신 음악선생님이 너무나 고맙고 그립다. 그런 귀한 기회를 내게 주셨다니!!! 그 이후로 교회의 주일학교 성가대 반주 및 지휘 그리고 중고등부 성가대, 오르간, 성가대 반주, 주일학교 찬양 인도 등 21년 동안 음악으로 봉사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달 모교회의 예배 성가대 지휘자로 임명받아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는데 스펙이나 실력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두 명의 지휘자 연주를 보고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때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린다. 한 명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김문정' 지휘자였으며 또 한사람은 KBS 교향악단의 '요엘레비' 지휘자였다. 그들의 지휘는 나에게는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었는데 이번호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몇 사람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프롤로그2주 전,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봤다. 연주프로그램은프로코피예프-고전교향곡 작품 25(교향곡 제1)과 쇼스타코비치-첼로 협주곡 제2G장조, 작품126 그리고 림스키코르사코프-셰에라자드 작품 35였는데 지휘자는 요엘레비였다. 두 시간이 넘는 연주곡 모두들 외워서 지휘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다른 비유가 떠오르질 않았다. 호른은 언제쯤 연주되고, 퍼스트 바이올린과 세컨드 바이올린은 몇 박자이고, 첼로 협연자는 카덴차를 파악하고, 심벌즈는 어느 순간에 어떻게 나오는지, 어느 부분에서는 어떤 악기가 등장하며, 이곳부터 저곳까지는 점점 세게등등 모든 것을 머릿속에 입력하여 춤추듯이 연주하는 모습이 나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공연 내내 감격스러워 하며) 그날 공연이후, 내가 존경하는 인물들 중에 지휘자 요엘레비가 추가되었다. 거장이란 타이틀이 왠지 모르게 크게 다가왔다.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은 다소 어둡고 필자에게는 난해한 곡이었는데 지휘자의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막힘없는 연주는 존경스러움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1980년부터 84년까지 클리블랜드 관현악단의 부지휘자를 지낸 그는 89년부터 쇼의 후임으로 애틀랜타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영입되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계 지휘자 레비는 20141KBS교향악단 새 사령탑을 맡았다. KBS에서 2012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KBS교향악단이 단원들과 함신익 전 상임지휘자 간의 갈등의 골이 깊었던 시기였다. 브장송 국제 젊은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음악계에 데뷔한 그는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벨기에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등을 이끈 명지휘자였지만 KBS교향악단을 이끌 적임자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는 건 아니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매우 힘든 상황이었어요. 관객과 평론가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죠.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순 없었지만 저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관객의 사랑과 신뢰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습니다."라는 레비는 팔을 걷어붙이고 오케스트라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좋은 연주자를 발탁하고 대부분의 정기연주회를 직접 지휘했으며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해 단원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는데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5KBS교향악단은 말러교향곡 제9번 연주로 객석과 평단의 상찬을 받았는데 시카고 심포니에서도 '우리가 들은 것 중 가장 좋았다'라는 부러움 섞인 찬사를 건넸다는 후문이다. 이 연주회 실황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 음반발매로도 이어졌는데 KBS교향악단 창단 62년 만의 DG 데뷔였다. 그는 단원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저는 '가르쳤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단원들은 프로니까요. 저는 방향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레비는 모든 무대연주에서 암보로 지휘하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가 벌써부터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오래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지휘했는데 연주자들이 레비가 암보로 연주하는지 여부를 놓고 돈내기를 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제가 스무 살 때 스승께서 '악보를 확인하려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음악이 머리 위로 다 지나가 버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평생 잊지 않을 가르침이었다.” 라며 "그 이후로는 악보를 외웠을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낀다."라고 말할 정도다.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간명하게 말하며 "대작을 연주하려면 그걸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음악뿐 아니라 무엇이든 높은 목표에 도달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라며 머쓱함을 대신해한국을 정말 사랑해요. 어떻게든 이곳에 다시 돌아올 일을 만들겠죠. 그리고삶을 즐기려고 할 거예요. 늘 바쁘게 사느라 시간이 없었거든요.”라며 한국에서의 여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보람은 있었다는 듯한 인상으로 갈무리하기도 했다.

필자는 얼마 전, 뮤지컬 맘마미아를 접해볼 시간이 있었다. 커다란 기대는 안했지만 새로운 재미가 쏠쏠해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미 정상 가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남경주의 멋진 노래와 연기가 압권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어느 여자 분이 지휘를 하면서 동시에 거의 앉은 채로 춤을 추며 건반을 치는 것이었다. 피아노를 칠 때마다 고개가 양쪽으로 휙휙 저으며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경이로웠다. 더군다나 피아노 치면서도 여유 있고 절도 넘치는 두 시간 동안의 연주는 정말 신기하기까지 했다. 저분은 대체 누구시지!~ 너무 궁금해 인터미션을 활용해 검색해 보았다. 리뷰를 찾아보니 지휘자 분 너무 멋져 반했다는 분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뮤지컬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은 지휘자석까지 뛰쳐나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필자 역시 감동의 박수로 화답했지만~^^ 긴박하게 돌아가는 리듬과 박자를 타고 놀며 현란한 지휘를 이끈 수장이 바로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인 김문정 지휘자였다.

현대음악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과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의 결혼이야기가 이색적이다. 어렸을 적 필자는많이 아픈 뒤프레를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한 바렌보임이 너무나도 싫다라며 한동안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부부이야기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고, 바렌보임이 뒤프레를 극진히 간호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바렌보임이 아픈 뒤프레를 떠난 것만은 사실이니까그런데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바렌보임이 함께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직접 보고 나서부터는 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변하면서 새로운 지휘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거의 팔순을 바라보는 두 예술가의 무대는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유대인인 바렌보임은 1942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에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50년 첫 피아노 독주회를 연 이후 1954년 잘츠부르크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였던 푸르트벵글러에게 발탁됐다. 1966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하며 지휘자로 데뷔한 바렌보임은 1975~2006년 파리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등을 맡았다. 2011년 현재 베를린 국립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종신지휘자,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합을 꿈꾸며 팔레스타인출신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지난 1999년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중동지역 다국적 연주자로 구성된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으며 분쟁지역에서의 공연을 비롯하여 2011815일 광복절에는 27년 만에 방한해 임진각 평화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함부르크 라이즈 할레 연주홀에서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를 필자는 본적이 있다. 20명 정도의 오케스트라가 서서 연주를 하는데 조슈아 벨이 맨 왼쪽에 서서 지휘하듯 몸으로 리드하며 연주하였다. 마치 나는 CD안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연주 후에는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짧게나마 나눴는데 정말 겸손하고 유쾌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는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서 태어나 5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12세 때는 조지프 긴골드(Joseph Gingold)와 이반 갤러미안(Ivan Galamian)에게 교습을 받았다.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던 그는 14세 때 이미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데뷔무대를 가졌으며 얼마 후에는 카네기홀에서도 연주를 했다. 인디애나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이후 섬세하면서도 영감으로 가득 찬 아티스트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뉴욕필하모닉, 보스턴교향악단, 클리블랜드관현악단,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니관현악단, 런던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했다. 그의 무대를 빛내준 지휘자로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Vladimir Ashkenazy),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 존 엘리엇 가드너(John Eliot Gardiner),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Christoph von Dohnanyi),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 등이 있다. 그는 또한 진귀한 바이올린에 얽힌 30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레드 바이올린 The Red Violin의 음악고문이자 보이지 않는 연주자로 활약했는데 이 영화는 프랑수아 지라르(Francois Girard)가 감독하고 존 코릴리아노(John Corigliano)가 음악을 맡았으며 코릴리아노가 그를 위해 쓴 샤콘이 삽입되어 있다.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막스 브루흐(Max Bruch),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Chaikovskii),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협주곡 등 기존의 주류 레퍼토리뿐 아니라 색다른 음악들에도 관심을 보인 그는 널리 알려진 영국 작곡가 니콜라스 모(Nicholas Maw)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계 최초로 연주하기도 했으며 리코딩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그는 1713년에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제작한 '깁슨&후베르만(Gibson & Huberman)'400만 달러(한화로 약 48억원)에 구입해서 사용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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