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20-06-16 17:06]
어메니티 음악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리고 메세나



특별기고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갈릴레오는 1610,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발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는 당대의 시대정신인 천동설을 역행한 것으로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이라는 거센 비난 속에 다시는 지동설을 옹호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끝으로 벌만큼은 면할 수가 있었다. 지동설은 1979년 교황청이 오류를 발표하기까지 시대와 사회를 지배하는 구성원들의 행위를 이끌어내는 문화적 시대정신이었다. 예술가의 삶은 시대 문화에 부응하며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시대정신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시대적, 문화적 동질성보다는 창조적 독창성에 기여하는 예술의 특징은 시대 문화를 초월하여 미래의 예술을 예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예술 활동에서 자주 만나는 시대 문화개념 용어들을 음악에 적용하여 미래를 준비해보려고 한다.

해외여행이 잦아진 요즈음에는 가정마다 호텔에서 가져온 작은 샘플의 샴푸, 로션 등이 한 두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호텔을 이용하던 초기에 고급호텔마다 구비해놓았던 작지만 멋진 이것을 가져오고도 싶었겠지만 도둑질 하는 것 같아서 망설였던 이들도 있을 테고, 예쁜 것 한두 개 유혹에 못 이겨 기념 삼아 들고 들어 왔던 것이 바로 어메니티(Amenity)이다. 어메니티(Amenity)란 호텔이 제공하는 각종 욕실용품과 소모품을 일컫는 말로 호텔의 등급과 서비스의 질에 따라 달리 제공되고 있어서 특급호텔일수록 영국 왕실이나 할리우드 스타, 연예인들이 즐겨 쓰는''한 브랜드를 많이 제공한다. 예쁘고 특이한 용기에 담긴 모든 어메니티(Amenity)는 호텔 가격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져가도 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는 투숙객 중 일부는 수집가가 있을 정도다. 현대에서의 어메니티(amenity)라는 뜻은 보다 폭넓은 의미로 환경보전’, ‘청결함을 넘어 친근감’, ‘좋은 인간관계’, 경제& 문화의 여유, 환경 쾌적성, 안전과 보건의 편안함 등의 다양한 가치로 개념화 되었으며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쾌적함으로 진화했다. , 인간과 환경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장소성에서부터 심미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고 최근에는 가치 지향적 어메니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공재적 가치 개념에 따라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음악에서의 어메니티를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적 측면으로 보자면 단순히 최상의 공연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연주회장의 환경과 음악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모두 만족을 주는, 꼭 가지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상태의 작고 간편하면서도 귀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업무나 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감성이 마르고 영혼이 없는 생활에서 향수 같은 자극제는 음악이 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권력과 부를 지닌 사회의 상류층이 공공의 이득을 위해 봉사하는 행위로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뜻하는 말이다. 프랑스 격언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 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엘리트 상류층과 일반층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점과 기부에 관심 없는 현대 개인주의 자본가들에게는 외부의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좀 더 폭넓고 점잖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얘기하자면 수오지심(羞惡之心) , 옳지 않은 일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지도층 정치인들에게 꼭 인지해야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역사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15세기 이탈리아의 유력 가문들에게 없었다면 르네상스 예술은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등을 지원했던 피렌체의 메디치가()는 유럽의 16개 도시에 은행에서 모은 막대한 사재(私財)를 투입하여 학예(學藝)를 보호하고 장려하여 수많은 르네상스 걸작들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걸작들을 후대에까지 전해지게 하여 르네상스의 설계자라고까지 불렸다. 음악에서도 근대음악이 발달한 17~18세기 독일처럼 음악을 사주는 팬인 군주와 적극적인 소비자로 나선 귀족이 없었다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은 먹고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미국의 기업가인 록펠러나 한국의 금호재단이 젊은 연주자들에게 고가의 명품 바이올린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역사를 이어나가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사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모차르트가 원했던 예술가로서의 삶은 교회나 귀족들에 얽매여 곡을 쓸 수밖에 없어서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베토벤은 귀족들의 명령이나 계약에 따라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곡을 작곡, 발표한 경우가 많았다. 베토벤은 영리하게도 작곡하는 곡마다 후원자를 찾아 헌정하는 형태를 취하고 대가를 받으면서도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곤 했다. 이러한 태도는 인맥 형성을 통해 실제로는 더 큰 이익을 도모하는 처세술의 일환이기도 했고, 존경받는 예술가와 귀족 후원자 사이의 대등한 관계를 만드는 일면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음악애호가인 귀족들은 유명 음악가들의 예약연주회와 공공연주회 개최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매니저이면서 비싼 좌석 티켓을 대량 구입해주는 우수고객으로서 시민들의 음악문화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메세나에 합당한 역할을 해준 셈이다. 가끔 한국판 엘 시스테마라고 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를 클래식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베네주엘라의 부패한 사회주의에서 발생한 사회 정화시스템인엘 시스테마가 구스타보 두다멜(LA필하모닉 음악감독, 상임지휘자)과 같은 위대한 지휘자를 배출한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 영재들에게 해주는 무료 레슨보다 공부 이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기업이나 기관의 힘이 더 중요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네주엘라는 현재 사회주의 독재로 인해 완전히 망가진 나라가 되어 버렸고, 한국에는 이미 <꿈의 오케스트라>보여주기 식문화 행정 쇼처럼 변질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나 어린이들은 교육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은, 음악수준도 낮은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직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된 음악영재도 없으며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들의 목표의식이나 열정이 없는 것 또한 교육에 따른 페이가 제대로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부에 인색한 기업에 세금 혜택을 대폭으로 주던지, 아니면 강사 페이라도 제대로 해주던지 하면 해결이 될까 몰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합창으로 할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을까? 고민도 가끔 해보지만 뭐~그리 마땅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합창 자체가 노블리스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할 수 있는 것으로 문화소외지역 교육이나 공연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이런 것들은 협회에서 오랫동안 수행해 오고 있는 프로젝트이긴 한데 늘 관객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음악을 가르치고 들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별의 별 아이디어를 내보지만 성공적인 교육이나 공연으로 마무리하기엔 역부족이다. 그간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일 년간 온 힘을 다해 교육과 공연을 마친 뒤 사후 평가를 받아보지만 너무 박한 점수가 나오기 일쑤여서 연속적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작년 전국 순회공연 프로젝트 평가에서는공연 수준‘,’연주자 수준‘,’관객 소통도등은 평가 위원에게 최고점을 받고서도 관객평가가 중하위 점수를 받아서 연속공연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억울함도 있었다. (관객평가 배점이 30%인데 10회 공연 중 딱 한번 평가를 하필이면 분위기 너무 안 좋았던 중학생 관객에게문화적 인지도가 낮은 소외지역 공연에서 관객 평가를 30%로 하는 것은 평가 분배에 문제가 있음을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메세나(Mecenat)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예술 지원에 관한 기업가들의 정신이라면 메세나는 수단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로 로마시대의 시인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었던 마에케나스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프랑스식 이름인 '메세나'로 바뀌며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어 기업의 문화 예술 및 스포츠 지원, 사회적 인도적 입장에서의 공식적인 예술 후원사업을 뜻하게 되었다. 최근 메세나의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예술·문화·과학·스포츠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 등 기업의 모든 지원활동을 포괄하고 있는데 사실 기업 측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행사 후원이나 협찬이 고객 문화행사와 같은 기업 이미지 활용 목적에만 그친다면 오히려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공연을 협찬하는 대가로 좌석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가져가고는 후원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되어 오히려 이러한 협찬 관행 때문에 일반 관객들의 관람 기회가 줄어들고, 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게 되어 공연 시장의 가격을 왜곡시키게 된다. 가장 좋은 음악 메세나는 세계 최상의 뮤직 페스티벌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서 여기의 메세나 후원에는 지켜야 될 불문율로 축제에 대한 '불간여'를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이 축제를 오랫동안 후원해온 기업의 하나인 '아우디'의 경우, 축제에 출연하는 유명 음악가들과 VIP 관객들에 대한 아우디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굳이 아우디를 홍보하지 않고서도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메세나 음악 장학사업은 KT&G장학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함께하는 사업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으로 만 13~18세 청소년을 선발하여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국제 콩쿠르 수상, 국내 유수의 콩쿠르 다수 수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입학 등의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메세나가 활발하지 않다. ‘문화예술 후원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기업의 후원을 돕고 있다지만 프랑스처럼 기업이 문화 예술 활동에 지원한 금액의 60%를 세액에서 감면해 주거나, 자발적인 메세나가 많은 영국은 지원 금액의 30%를 세액 공제해 주거나, 인정된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자들은 모두 연방세 감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미국 등에 비해서는 혜택이 적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메세나는 예술 단체가 직접 기업을 대면하지 않고 협약을 하는 방법인데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문화재단이나 예술위원회가 크라우드펀딩 형태의 사업을 진행하기는 하는데 이것 역시 예술단체가 기업을 직접 선택하여야 하거나 펀딩업체에 나가는 비용이 너무 커서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사회적 인식이나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개별적으로라도 기업의 문을 두드려보자. 두드리다보면 후원의 길은 열릴 것이니 말이다.

기고자: 조홍기 회장/()한국코다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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