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20-12-30 08:29]
<이주은의 음악의 모든 것-100> 세 작곡가의 '사계'



가을을 일컬어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른다. 구름 한 점 없는 드높은 창공은 시인으로 변모하게 하고~ 풍성한 곡식들은 만물을 살찌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낭만의 계절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사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프롤로그비발디의 사계하면 워낙 유명한 곡이라 전공과 상관없이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곡으로 필자 또한 아주 오래전에 일하는 곳에서 알게 된 음악이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했던 나는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가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던 기분 말이다. 하던 일까지 멈추고 CD 앞면에 기록된 제목부터 확인했는데 차이코프스키의 10(October)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 곡을 수백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며 1월부터 12월까지 있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악보를 사서 피아노 연주를 했던 기억이 난다.(~ 왜 여태껏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몰랐던 거였지! 라며) 나의 음악적 절친은 6월 뱃노래를 참 좋아했다. 물론 그 곡도 정말 아름다운데 10월을 감상해 보실 것을 강추한다.

얼마 전, 중곡동에 있는 우인아트홀에서 아이유피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하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조경원 교수(명지대)와 첼리스트 김수연 교수(명지대) 그리고 필자(피아노 연주) 3명으로 구성된 트리오 연주였다. 그 외에도 차보라 교수(소프라노)와 구삼 가족오케스트라, 아모리스 첼로 앙상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뮤직콘서트였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연주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 가을을 연주하면서 피아졸라의 사계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었는데 정말 이 가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탱고이다. 꼭 한번 트리오로 들어보시기를 바란다. 이번 호에서는 세 명의 작곡가의 사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비발디의 사계사계((四季), 이탈리아어로는 Le quattro stagioni이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5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작품 번호는 Opus 8, No. 1-4이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1235 협주곡 중에 가장 유명한 곡으로서 또한 가장 사랑받는 바로크 음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곡은 본래 열두 곡이 포함된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일부분으로 출판되었으나, 사계절을 묘사한 첫 네 곡이 자주 연주되면서 현재와 같이 따로 분리되어 사계로 불리게 되었다. 각 곡은 3악장으로 되어 있고, 빠른 악장들 사이에 느린 악장이 하나씩 끼어져 있다. 곡은 "",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인다. 사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협주곡은 각 계절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겨울"은 어둡고 우울한 반면에 "여름"1악장은 천둥번개를 떠오르게 한다. 사계에는 작가를 알 수 없는 짧은 시(소네트)가 계절마다 붙어 있으며 그것이 곡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1악장을 설명하는 소네트는 이렇다.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봄에게 인사한다. 시냇물은 산들바람과 상냥하게 얘기하며 흘러간다. 그러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작은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즐겁게 부른다.”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새의 노랫소리가 귀를 사로 잡는다. 2악장은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목장에서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둔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이번에는 솔로 바이올린이 잠에 빠진 양치기를 묘사한다. 비올라는 그 옆에서 멍멍하고 짖는 개를 형상화하고 있다. 3악장은 봄날의 들판에서 벌어진 흥겨운 춤판을 묘사한다.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에,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춰 즐겁게 춤춘다.”

여름1악장은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계절, 사람과 가축의 무리가 활기를 잃고 나무와 풀들도 더위에 지쳤다. 뻐꾸기가 지저귀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러다 갑자기 북풍이 산들바람을 덮치고, 양치기는 비를 두려워하며 불운을 한탄하고 눈물을 흘린다.” 솔로 바이올린이 뻐꾸기 울음소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 이어서 산비둘기, 검은 방울새의 노래도 들려준다. 북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전체 합주로 강하게 연주되고, 양치기의 눈물은 다시 솔로 바이올린의 애잔한 선율로 표현된다. 2악장은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파리떼. 달려드는 파리떼의 공격으로 양치기는 피로한 몸을 쉴 수가 없다.” 이번에는 솔로 바이올린이 쉴 수도 없는 양치기의 슬픈 모습을 묘사한다. 반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 합주는 자꾸만 달라붙는 파리떼들을 형상화한다. 그러다가 다른 현악기들이 일제히 가세하면서 천둥 치는 장면이 나온다. 3악장은 아주 강렬한 느낌의 전체합주로 천둥과 번개, 우박을 묘사한다. “아아, 양치기의 두려움을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치고 우박을 내리게 하여 익은 곡식들을 떨어트린다.”

가을1악장은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수확의 즐거움을 기뻐하고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택에 사람들은 흥겨움에 빠진다. 그러다 모두 잠든다.” 중간쯤에 솔로 바이올린이 술 취한 걸음걸이를 흥겹게 묘사한다. 반면에 2악장에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모두 춤을 멈추고 노래도 끝났다. 조용한 공기가 평화롭다. 달콤한 잠이 사람들을 휴식으로 이끈다.” 3악장에서는 다시 활기가 넘친다. “새벽이 되자 사냥꾼들은 피리와 총을 들고, 개를 데리고 사냥을 떠난다. 짐승들은 무서워하면서 달아나고 그들은 쫓는다.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쫓긴 짐승들은 상처를 입고 떨고 있다. 도망칠 힘마저 다 떨어진 채 궁지에 몰려서 죽는다

겨울1악장은 . “차가운 눈 속에서 벌벌 떨며,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달리지만 제자리걸음일 뿐. 너무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린다.” 하지만 2악장에서는 다시 안온한 분위기로 돌아온다. “불 곁에서 조용하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집 밖에서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 아주 인상적인 솔로 바이올린 선율이 펼쳐지는 악장이다. 가수 이현우가 헤어진 다음날이라는 노래에서 사용한 선율이다. 마지막 3악장은 얼음 위를 걷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다급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진다. 다시 일어나서, 얼음이 깨질 정도로 힘차게 달린다. 문 밖으로 나가 남풍과 북풍, 모든 바람들의 싸움에 귀 기울인다. 이것이 겨울이다. 이렇게 해서 겨울은 기쁨을 가져다준다.” 솔로 바이올린이 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걷다가 일어나서 힘차게 달려간다. ‘바람들의 싸움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짧은 음형들을 아주 빠르고 격렬하게 연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악기가 등장해 마침표를 찍는다. 사계는 총40분정도 소요되는 곡이다.

 

피아졸라의 사계피아졸라의 <사계>라고 하면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강렬하고 열정적인 피아졸라의 <사계>애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비발디의 <사계>가 작곡되고 나서 약 200년 후에 피아졸라가 태어났다. 그리고 1992년에 피아졸라의 <사계>가 작곡되었으니 작곡된 지 20년 남짓 된 현대곡이다. 피아졸라 <사계>의 원제는 <4 계절의 포르테냐(Cuatro Estaciones Portenas)>, 부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포르테냐는 민속음악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피아졸라의 <사계> 역시 비발디의 <사계>와 마찬가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피아졸라의 <사계>는 그가 직접 의도하고 작곡한 하나의 곡이 아니라 후대에 편곡되면서 완성된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는 비발디의 <사계>의 새로운 버젼을 구상하던 중 피아졸라의 탱고 오페라 작품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마리아> 속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겨울>을 발견한다. 다른 작품 속에서 나머지 계절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작곡가 친구인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에게 편곡을 부탁한다. 탱고 곡을 협주곡과 같은 느낌으로 편곡하는 과정을 거치고 네 악장으로 가다듬는 중간 과정을 거쳐 마침내 피아졸라의 <사계>가 완성된 것이다. 피아졸라는 탱고를 독립적인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아르헨티나 전통 탱고에 클래식 음악과 재즈를 접목시켰다. 특히 클래식에서는 피아졸라가 평소 좋아하던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의 음악을, 재즈에서는 미국의 재즈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피아졸라가 새롭게 개척한 누에보 탱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어 탱고곡을 연주하는 큰 오케스트라가 생기거나 탱고 연주만을 위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는 등, 탱고의 침체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음악 활동을 통해 그는 지금까지도 탱고에서 있어서 세계적인 천재 작곡가로 평가된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는 피아졸라의 대표적인 곡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항구의 4계절을 피아졸라의 특징적인 화음과 멜로디로 작곡되었다.

비발디의 사계와 비교되곤 하지만 이것은 의도적으로 비발디의 사계와 같이 조곡으로 작곡된 것은 아니고 1965"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여름"을 시작으로 하여 "가을" "겨울" 그리고 ""의 순으로 1970년까지 각기 따로 작곡된 것이었다. 그러나 피아졸라는 종국에는 이 네곡을 모두 모아 자신이 이끄는 5중주단이 연주하게 하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4"라는 작품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원래 이곡은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반도네온의 연주를 위하여 쓰여진 것이나 많은 작곡자 들에 의하여 편곡 연주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을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가을,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Les saisons Op. 37 러시아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가 1875년부터 1876년까지 12개의 성격적 소품이라는 부제를 가진 피아노 소품집이며 1월부터 12월까지의 각각의 계절의 색채를 그려 내고 있다. 본래는 월간음악 잡지 누벨리스트의 각 호에 싣기 위해 작곡하였는데, 널리 애호되는 소품 트로이카는 그 제11번이 되고, 그 밖에 제6뱃노래도 익숙하다. 차이코프스키는 1875년 연말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출판업자의 의뢰를 받아 그 다음해 1월부터 매월 한곡씩 그달의 행사나 풍물을 담은 12개의 소곡을 월간지 `뉘벨리스트(nouvelliste)'의 부록형식으로 발표하였다. 훗날 이 12곡이 묶여 작품집 `사계'로 출판된다.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서정성과 인생관을 마치 연필로 그려진 스케치처럼 한 곡, 한 곡 담백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있다. 이 곡에서 표현된 12개월은 당시 구력에 의해 작곡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양력 계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1화로가에서. 러시아의 대시인 푸쉬킨의 `화로가에서'라는 시에서 동기를 얻었다. 붉게 타는 화로의 불꽃은 북국의 겨울을 잘 묘사하고 있다.

2사육제 주간. 러시아의 춤곡 리듬으로 흥겨운 기분 속에서 시작되는 이 곡은 겨울을 지내는 러시아의 축제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들뜨고 떠들며 마시고 노래 부르고 있다.

3 종달새의 노래. 러시아 서정시인 마이코프의 시에서 들에는 꽃들이 흔들리고 있고 하늘에는 빛의 파도가 출렁이네. 푸르고 끝없는 깊은 곳에는 봄날 종달새들의 노래가 가득하네를 인용한 곡이다.

4 아네모네. 역시 마이코프의 시에 의한 것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꽃 아네모네가 만발할 때 러시아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고 봄에 대한 동경을 하는 선율이 매혹적이다.

5 백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백야는 5월에 시작한다. “굉장한 밤이다. 모두를 감싸버린 말할 수 없는 안식이 고마워라. 친절한 북극의 나라여, 눈보라와 눈의 왕국에서 상쾌한 그대의 오월은 사라져 버린다네라고 5월을 묘사하고 있다.

6뱃노래. 이 작품집 중에서 11`트로이카'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이다. 여름날 저녁 때의 뱃놀이를 그린 프레시케이코프의 시가 배경이 된다. “해변으로 가자. 우리들의 발에는 파도가 입맞춤할 것이며 수심에 찬 별들이 우리들 위에서 빛나리라.”

7 추수꾼들의 노래. 콜츠호프의 시에서 소리쳐라 어깨여. 개척하라 팔이여. 얼굴에 불어오라. 대낮의 바람이여를 묘사한 곡으로 러시아 농촌 여름풍경을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8 추수. 역시 콜츠호프의 시를 배경으로 만든 곡이다. 첫 부분은 바쁘게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빠른 템포로 그리고 후반부는 소박한 농민들의 노래를 한가롭게 묘사하고 있다.

9 사냥. 사냥은 추수와 함께 러시아의 가을의 대표적 풍물이다.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뿔나팔 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말발굽소리 등과 함께 사냥의 경쾌함을 그리고 있다.

10가을의 노래. 전 작품 중에 차이코프스키의 색깔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우수에 젖은 러시아의 10월 분위기가 대문호 톨스토이의 시에 숨어있다. “가을, 우리의 아련한 뜰은 초라해져가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가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선율이 굴절된 듯한 형태로 가다가 곧 원 모습으로 돌아온다.

11 크리소프의 시를 배경으로 한 이 곡은 눈 덮인 러시아의 드넓은 광야를 달리는 트로이카에 붙여 쓸쓸한 마음을 러시아의 민요 주제를 인용하여 노래하고 있다.

12 크리스마스. 주코프스키의 시에서 옛날 크리스마스의 전야에 아가씨들은 점을 쳤다네. 벗은 신발은 문밖에 던져두고가 배경이 된 곡으로 마음이 들뜬 아가씨들이 추는 왈츠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 중에서 6월과 10월을 강력히 추천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와 협연 후 앙코르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10월을 연주하기도 했다.

 






[기사입력일 : 2020-12-3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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