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21-04-22 14:46]
【조홍기회장 특별기고】
트로트가 재미있어졌는데 어쩌지?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군 훈련병 시절 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와 얽힌 추억거리가 있다. 훈련 중 휴식시간이 되면 담배 일발 장전으로 시작하는 흡연과 함께 노래 좀 하는 병사들의 노래가 힘들고 지친 시간을 달래주곤 했다. 음악대학 재학 중이라는 출신성분만으로도 본인은 어김없이 지적을 당해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가곡 떠나가는 배를 고단한 가운데도 열창했는데 부모 생각, 고향 생각나게 해서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면박(쿠사리)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분위기 반전용으로 다른 걸 하나 더 하라고 해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목청껏 불러 젖혔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돌아온 결과는 푸시업 10!’ 가요를 가요답게 부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음색 자체가 가요답지 못했고~ 반 박자 뒤에 시작하는 어택과 음정이 꺾이는 부분의 맛깔스런 여린 꾸밈 음을 구사하는 트로트창법으로 안 했고, ‘라시도미파라옥타브 아래위로 소리를 꺾어가며 부르는 엔카 음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 갈매기~/ ~~~라시도미 /미레도시/ 미미라시/ 시도시라시라부분이다). 모방송의 트로트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몰라도 예상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타고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예술을 시대적 산물이라고 친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적 예술은 트로트의 시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기성세대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극도의 변화 속에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1990년 전후 M세대와 2000년 전후인 Z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MZ시대에서 문화와 소비를 이끄는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이나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여 정보를 소통하는 방법이 직선적이고 상호 즉답 방식이어서 싫고 좋은 것을 거침없이 말하며 다른 것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개성과 경험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트로트란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 가사와 처량한 곡조로 된 옛날 딴따라 음악을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TV보다는 유튜브, 유튜브보다는 15초짜리 틱톡을 좋아하고, 글자와 그림이 같이 나오는 페이스북보다는 그림만 전달하는 인스타그램을 좋아하는 세대들이 트로트를 좋아하고 따라서 부른다는 것은 트로트가 현대에도 공감되는 인간의 사랑과 감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고 한국 사람이 느끼는 음악적 모국어로 된 공통의 유전자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대목에서 이 유전자가 일제에 의해서 조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 도대체 한국음악이 무얼까? 라는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악 즉, 전래음악이나 민족음악만이 한국음악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가 느끼고 즐기는 음악은 모두 한국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 한국에 국악만 있었을까? 아니다. 국악은 토착음악인 향악과 함께 고려시대 송나라의 아악이 들어오면서 제자리를 잡았다. 이 시대가 한국음악사에서 가장 다양하고 찬란한 음악이 꽃피던 시대로서 나중에 조선시대에까지 계승된 음악적 전통의 기초를 만든 여러 외래음악이 공존 번성하던 시대이다. 신라 때부터 이어오던 향악, 송나라로부터 전해진 궁중 제례음악인 대성 아악, 기존의 중국음악인 당악 등이 각각 빛을 발했는데 궁중에서는 신라 향가를 계승한 노래에 악기와 춤을 더한 향악정재가 성행했고 서민층에선 산대와 잡희 등 종합공연예술이 유행했으며 절에서는 연등회와 팔관회 같은 큰 행사도 열리는 등 음악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한국 사람은 유독 외래 문물의 영향에 대해 반감이 많고 정통성을 지킨다는 말을 좋아하는 듯하다. 마치 단일 민족이 아니면서도 단일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일 민족이라고 스스로 일컬어지는 것을 좋아하듯이 국경도 없는 언어인 음악이 다른 나라에서 전래해 온 영향을 받았음에도 순수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래 음악 중에서 반 박자 늦게 치고 들어가는 당김음 같은 매력을 가진 엔카 음계 특유의 라시도미파라의 애상적인 선율과 라도레미솔라Auld Lang Syne 선율이 모두 귀에 잘 와 닿는 것은 그냥 그 선율이 가슴에 닿는 좋은 선율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서양음악만 음악이라고 가르치는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 국악, 대중음악, 세계음악 등 다양한 음악이 교과서에도 공존하는 시대이다. 근대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토착화된 것이나 고려시대 대성아악이 들어와 국악으로 녹아진 것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현대 팝송이 모두의 애창곡이 된 것은 예술이 시대적으로 순 적응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팝송은 미국 음악이니까 부르지 말아야 하고 서양음악은 유럽 음악이니까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개념이 웃기듯이 일본의 엔카가 원조인 트로트도 일본음악이니 부르지 말라는 것은 같은 맥락의 억지 아닐까?

예술은 사회적 산물이다예술은 자체가 가지는 고유한 심미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엔터테이너의 기능을 함께 소유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 지식층이든 무식층이든, 부자든 거지이든 그들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하고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면 그것이 예술이다. 사실 뽕짝이나 중세 마드리갈도 사회적 풍자나 사대의 애환을 노래했기에 민중의 음악이 되었고, 민네징거나 트루베르가 정식무대가 아니라 장터에서나 프린지 무대의 열린 공간에서 공연을 했기에 대중이 좋아하는 예술로 탄생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Ai로 만든 작품이 나오고, 사람대신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도 있어서 모든 소리의 융합이나 창조가 가능한 감성을 가진 기계음악이 나오는 때이다. ~ 그럴 리는 없겠지만 국악인이나 클래식 음악인들이 트로트 열풍을 도매금으로 값싼 음악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인기와 박수를 먹고 사는 예술적 생리에 공감하고, 나만 고고하게 굴다가 배고프게 되지 말고 사람들의 인기와 박수를 얻어낼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에 인기 있고 돈이 되는 실용적 예술로 전환시킬 줄 알아야 한다. 자기 환상이나 나르시시즘에 빠져 구름 위를 헤매는 삼류 예술인처럼 공허하게 사회적, 가정적 책임도 없이 살아가면서도 입으로는 대중음악을 저급하게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트로트가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암울한 나날을 위로할 수 있었다면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기능을 충분히 다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땅 투자, 주택 투자, 코인 투자, 주식 투자 등등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일부세력들이 넘치는 현실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헤매고 있는 MZ 세대들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분명 좋은 예술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요즘 조수미가 부르는 가요 앨범 꽃밭에서를 듣고 감동에 빠진 적이 있다. 조수미뿐만 아니라 여러 성악가들이 앞 다투어 가요 앨범이나 퓨전,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음악을 내놓은 것이 클래식의 대중음악화에 성공한 것인지, 대중음악의 클래식화가 성공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술의 가장 큰 속성인 다양화에 성공했고 사회적 기능을 다하는 좋은 본보기여서 보기 좋다. TV팬텀싱어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평균 100 1 이상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실용음악 성악 전공생에 비해 파리만 날리던 클래식 성악 지망생이 넘쳐났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예술이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희로애락의 삶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트로트도 멋지다. 일본 사람들도 좋아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같이 부르는 음악적 공통어로 만들어 불필요한 논쟁이나 반목하지 않으며 사이좋게 공유했으면 좋겠다.

: 조홍기 회장( 서양음악과 국악을 공부한 이론가, 지휘자, 음악교육가, 연세대코다이음악원중앙대국악교육대학원졸, 한국음악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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