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일 : 2021-09-07 14:10]
<이주은의 음악의 모든 것~108> 작곡가들의 휴식처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고 있다. 피로와 더위로 지친 몸을 달래며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면 음악가들은 어떠한 곳을 찾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는지 작곡가들의 휴식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프롤로그필자는 KBS 클래식FM 라디오를 즐겨듣는 편인데 방송을 듣다보면 지금까지 몰랐던 생소한 곡들을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제는 방송 시간대를 비롯하여 프로그램 DJ, 스타일 등등을 헤아릴 정도로 방송마니아가 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손꼽으라면 오전 9시에 진행하는 김미숙(주말엔 송영훈)'가정음악'을 비롯해 낮12시 윤수영 아나운서의 '생생 클래식', 그리고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 등이다. 배우 김미숙은 우아함에 더한 친근한 목소리가 나를 청취자로 이끌었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함께한 앙상블 MIK 콘서트 연주를 많이 보러 가다보니 팬이었는데 목소리도 좋았지만 매끄러운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사진도 같이 찍었음.) 윤수영 아나운서는 통통 튀는 매력과 밝은 분위기가 기분 좋게 해주어 챙겨듣는다. 최장수DJ 배철수를 뒤이은 정만섭은 무려 21년째 제자리를 지키며 멋진 목소리로 엄청난 음악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메신저들이 전해주는 기쁨과 행복감 속에 나는 KBS 클래식 라디오의 왕팬 중의 찐~팬이다.^^ 필자도 오래전 국군 라디오 방송 (96.7Mz ) 생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1시간동안 출연하여 포유뮤직 멤버들과 3곡의 연주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설렜던 기억들이 난다. 실시간 응원문자와 함께 다양한 질문세례가 쏟아졌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 당시 나도 언젠가 라디오 DJ가 되는 것을 꿈꿔보면서~~^^

얼마 전, 라디오를 켜자 첼리스트 송영훈이 슈베르트가 머물렀던 휴양지 오스트리아 '그문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슈베르트가 머물었던 그문덴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곳인지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더불어 슈베르트가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6주간을 더 머물렀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이곳에서의 영감을 통해 슈베르트는대교향곡을 작곡했다는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그문덴을 검색해보았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던가! 마치 스위스와도 같은 풍경이었는데 이번호에서는 작곡가들의 휴양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슈베르트브람스’-오스트리아'그문덴' 슈베르트가 182564일부터 715일까지(6주간) 바트가세 2번지에 있는 상인페르디난트 트라베거의 집에서, 그리고 같은 해 910일에서 17일까지(1주일간) 키르히 광장 1번지에 있는 교사요한 네프 볼프의 집에서 지냈던 사실을 그의 부모와 친구요제프 스파운남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혀졌다. 편지에 의하면 트라베거의 집에는 훌륭한 포르테피아노가 있어 종종 음악회를 개최했고, 이 지방의 소금을 관리하는 궁정장관 호프라트 폰 쉴러가 음악애호가여서 슈베르트를 극진히 대접하는 한편 자신의 관사에서 종종 음악회를 개최했다는 내용이다. 그 관사는 현재카머호프박물관이 되었고 박물관의 홀은 회의장이나 전시장, 연주회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바트가세 2번지에는 슈베르트가 방문했었다는 기념판이 192276일에 부착되기도 했다. 슈베르트는 그문덴에서 작곡을 하게 되는데 1824년에 슈베르트는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교향곡을 "대교향곡"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것은 이전에 쓴 작품보다 모든 면에서 장대한 교향곡이라는 뜻에서였다. 슈베르트는 그문덴과 가스타인에서 휴일을 보내며 만사를 잊고 작곡을 시작했다. 한 친구의 술회에 따르면 이 때가 그의 일생에서 가장 길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슈베르트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처음 그의 전기를 쓴요제프 폰 스파운은 이 곡을 일컬어 "작곡가 자신이 너무나 애착을 가졌던 대교향곡"이라며 "슈베르트는 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을 가스타인에서 작곡했다"고 덧붙인다. 브람스 또한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많은 창작의 영감을 받았다. 지금은 이곳 카머호프가세에 있는 향토박물관 일부가 브람스 코너로 꾸며져 그가 이곳에서 살았을 때 사용했다는 가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드뷔시''쇼팽'-스페인 '마요르카 섬'대학원생 시절, 2주 특강으로 하루는 피아니스트 조재혁, 하루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오신 적이 있었다. 그때 조재혁 교수님께서 드뷔시의 '기쁨의 섬'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아직도 생생하다. 직접 연주를 해주시면서 이야기도 해주시고 그에 맞는 미술작품도 설명해 주었었다. 처자식을 버리고 애인과 기쁨의 섬으로 도피했다는 이야기에 한 친구가 부들부들 떨며 화를 냈던 게 생각난다. ‘그럼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드뷔시님~~!’ 기쁨의 섬은 바로 시테르 섬을 가리키는데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시테르 섬으로의 순례>를 보고 감명을 받아 이 곡을 쓰게 되었다. 이 섬은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비너스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비너스의 복을 얻기 위해 이 섬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드뷔시가 애인과의 도피하며 마요르카 섬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 것이었는데 자신이 기쁨의 섬에 있는 상태라 생각하여 작곡한 작품이다. 이 곡은 평화로운 느낌보다는 화려하며 관능적인 느낌이 강하며 조금 더 쾌락적인 사랑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곡 전개와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에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구사하며 끝난다. 폐질환으로 평생 힘들어했던 쇼팽 또한 요양 차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머물렀었다. 평생 폐질환으로 연인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머무르며 전주곡들이 작곡되었다. 그러나 변덕스런 날씨와 잦은 이사, 상드 아이들과의 불화 등으로 결국 병도 악화되었고 연인과도 결별하게 된다.

베토벤-오스트리아 '하일리겐슈타트'1802, 32세의 베토벤은 빈 교외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여섯 달을 머물렀다. 고향인 프로이센의 본(Bonn)을 떠나 유럽음악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Wien)에 입성한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교향곡 1, 현악사중주 Op.18의 여섯 곡 등 초기의 주요 작품을 발표하며 입지를 다지던 때였다.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젊은 음악가가 은퇴하듯 시골 마을을 찾은 것은 귓병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병을 살피던 의사는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요양해보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작곡가로 불멸의 업적을 남겼지만 데뷔 초기에는 탁월한 피아니스트기도 했다. 빈에 입성하자마자 피아노 연주로 이름을 알린 그는 1795년 피아노협주곡 1번을 발표할 때도 직접 독주를 맡았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귀에 이상이 생겼다. 작곡가에게도 그렇지만 연주가에게 청력 이상은 치명적이다. 들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연주할 수 있겠는가! 베토벤은 사람들 몰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좀처럼 차도가 보이지 않았고 1802년 무렵에는 주변 사람들도 그의 병을 알아차렸다. 의사가 시골에서 요양하라고 한 것은 사실상 치료 방법이 없어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일리겐슈타트는 빈 북쪽에 있는 조용한 전원마을로 숲이 우거지고 맑은 개울이 흐르며 경사진 언덕엔 포도밭이 펼쳐진 곳이다. 지금은 빈의 일부지만 19세기 말까지만해도 자치도시였으며 작은 마을치고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곳이었다. ‘신성한(Heiligen) 도시(Stadt)’이니 말이다. 하일리겐슈타트에서 가까운 곳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 흐르는데 베토벤은 역사의 지층이 켜켜이 쌓인 마을에서 그해 봄부터 초가을까지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지냈다. 그렇게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접어들자 베토벤은 두 동생 카를과 요한에게 편지를 쓴다. 글에는 낫지 않는 귓병으로 인한 고통과 좌절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무능한 의사들 때문에 병은 점점 악화되고, 언젠간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해가 거듭할수록 배신감으로 변했어!~ 그런 세월이 벌써 6년이야!~ 음악가로서 나만이 누릴 수 있었던 온전한 감각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겠어?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크게 말해주세요! 소리 질러주세요! 나는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어?” 후세 사람들은 이 편지를 일컬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라고 부른다. 유언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죽은 뒤에라는 말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자신의 재산 상속자로 두 동생을 지명한 점도 그러하다. 도움이 된다면 동생들이 악기를 팔아서 나눠 가져도 상관없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마무리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자살하지 않았고 편지를 동생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는 그가 57세에 세상을 떠난 뒤 유품에서 발견됐다. 하일리겐슈타트 이후 베토벤은 18043번 교향곡 영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피아노협주곡 4번과 4·5·6번 교향곡을 잇달아 발표한다. 6번 교향곡 전원을 구상하고 완성한 곳도 하일리겐슈타트였다.

에필로그여러분들의 휴식처는 어디입니까? 내가 작곡가라면 스위스에 가서 쉬면서 작품을 쓸 것 같다. 필자가 몸이 안 좋았을 적에 요양 차 찾았던 나라가 스위스였다. 일주일동안 머물면서 융프라우 정상에도 올라보고, 한국의 컵라면도 먹으면서 자연을 접해보고 음악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기도 했다.^^ 인터라켄, 루체른, 바젤 같은 작은 도시에 가면 눈 덮인 세계가 말 그대로 장관이었으며 모든 게 신이 만든 한 폭의 그림이었다.(그게 바로 힐링) 취리히 같은 시내 또한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이국적인 멋스러움이 나를 자극했다. 한 곳을 더 소개하자면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알스터 호수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멍~때리며 마냥 앉아 있을 것이다. 필자의 비자가 보류되어 한동안 애태우며 눈물짓던 그곳피아노 연습이 잘 안되어 힘들었을 때도 알스터 바서(맥주+사이다)한잔하며 힘냈던 그곳그리고 친구들과 바람 쐬며 수다 떨었던 힐링의 명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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